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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등뼈2

겨울나무 산책을 하며 헐벗은 겨울나무가 눈에 들어올 때면 동요 를 부르곤 했다. 아니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며 세상의 모든 겨울나무는 '세한도 속의 소나무'거나, 백석의 시에 나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HTML 삽입 미리보기할 수 없는 소스 언덕 위에 줄 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말없이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2024. 2. 13.
대박의 꿈, 현실이 되다 한 신부의 미사 강론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해외에서 주재할 때의 경험담이라고 했다. 한 번은 한국에서 노년의 여러 선배 신부들이 방문하여 행사와 지역 안내를 맡게 되었다. 며칠에 걸쳐 응대를 하다보니 피곤함도 쌓이고 사소한 일에도 '내가 뭐 시다바린가' 하는 식으로 미묘하게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큰일 없이 그럭저럭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귀국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선배들은 십시일반으로 모은 약간의 돈을 '고맙고 사랑한다'는 덕담과 함께 건네주었다. 돈봉투를 받는 순간 신부는 그동안 있었던 약간의 서운함조차 눈 녹듯 사라지고 '아! 선배님들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감동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성직자가 고백하는 세속적인(?) 이해타산에 성당 안은 웃음이 .. 202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