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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3

안녕 2023! 어제저녁,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틀어놓고 아내와 송년회를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집회를 끝내고 온 뒤라 그런지 음악은 잔잔했고 고요는 한층 깊었습니다. 상 위에는 딸아이가 보내준 과메기와 와인을 올렸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어 자랑과 고마움을 보내자 딸아이는 손자저하들과 '곰돌이 소떡소떡'으로 송년회를 한다고 맞자랑을 해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저희와 딸아이네 가족에 평온함의 축복을 내려준 그분께 오래간만에 감사를 올렸습니다. 한 해의 보내는 마지막 시간엔 늘 그렇게 조금 겸손해지고 착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12월의 진짜 마지막 날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오래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는 날입니다. 이해인 님의 시를 찬찬히 읽으며 슬며시 숟가락 하나 얹는 반성과 다짐을 해봅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한.. 2023. 12. 31.
송년회 시작 다산 정약용은 이웃에 사는 선비 15명과 친목 모임 "죽란시사"를 만들고 그 규약 서문으로 선비다운 기품과 낭만이 느껴지는「죽란시사첩 서(竹蘭詩社帖 序」를 남겼다. 살구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을 때 한 차례 모이고, 서늘한 바람이 나면 서지(西池)에 연꽃놀이 삼아 한차례 모이고, 국화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겨울 큰 눈이 왔을 때 한차례 모이고, 세밑에 분매(盆梅)가 피면 한차례 모인다.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하여 마시며 시를 읊조릴 수 있도록 한다. 나이 적은 사람부터 먼저 모임을 준비하여 한차례 돌면 다시 그렇게 하되, 혹 아들을 본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수령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승진한 사람이 있으면 .. 2023. 11. 29.
오래된 송년회 코로나 때문에 뜸했던 연말 모임이 올해는 부쩍 늘었다. 오래 만남을 가져온 동창 부부들과의 송년회도 2년의 공백 끝에 다시 가질 수 있었다. 관계에서 오래되었다는 것은 시시콜콜한 것을 서로 많이 알고 있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그런 '시시콜콜함'이 주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편안함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잘한 이야기나 일상의 사진 따위를 단톡방에 자주 올리는 이유다.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송년 모임이었지만 이번엔 계속 한 자세로 앉아 있기 힘든 아내의 허리를 고려하여 식사 전 경의선 숲길을 걷는 것으로 대체했다. 아내가 모임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 것은 100여 일 만에 처음이었다.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일상에서 사라져야 비로소 아내의 허리는 완전히 .. 202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