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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안녕 2023!

by 장돌뱅이. 2023. 12. 31.

어제저녁,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틀어놓고 아내와 송년회를 했습니다.
소란스러운 집회를 끝내고 온 뒤라 그런지 음악은 잔잔했고 고요는 한층 깊었습니다.
상 위에는 딸아이가 보내준 과메기와 와인을 올렸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어 자랑과 고마움을 보내자 딸아이는 손자저하들과 '곰돌이 소떡소떡'으로 송년회를 한다고 맞자랑을 해왔습니다.

아내와 저는 저희와 딸아이네 가족에 평온함의 축복을 내려준 그분께 오래간만에 감사를 올렸습니다.
한 해의 보내는 마지막 시간엔 늘 그렇게 조금 겸손해지고 착해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12월의 진짜 마지막 날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오래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는 날입니다.
이해인 님의 시를 찬찬히 읽으며 슬며시 숟가락 하나 얹는 반성과 다짐을 해봅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우정과 사랑의 선물들/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위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올해도 밉지만/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시간을 아껴 쓰고/모든 이를 용서하면/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새 달력을 준비하며/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오라, 새날이여/나를 키우는데/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 이해인, 「12월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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