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 해마다 반복하는 연초 행사다. 하지만 이제까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대로 실천에 옮긴 것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동그라미를 24시간으로 나누어 꼼꼼히 계획을 적어 벽에 붙여놓고 한 번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생활계획표와 비슷하다. 나이가 들면서 욕심내지 않고 실행 가능한 결심(계획)만 하자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다. 작심삼일이다.
그래도 새해가 되었으니 또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 한 가지는 음식이다. 작년에도 조리 가능한 음식 수를 늘리고 그릇에 담을 때도 모양을 내보자는 계획을 세웠지만 두 가지 모두 큰 진보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올해도 그 결심을 다시 소환했다.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한 가지씩은 새로운 메뉴를 상 위에 올릴 생각이다. 음식이야 각종 블로그며 유튜브에 넘쳐나므로 레시피는 문제될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존에 하던 음식이라도 양념과 조리 방식을 바꾸면 새로운 메뉴에 포함하기로 했다.
우선 한 달 동안만이라도 지속하기로 기간을 정했다. '한 달만 해보는 것'은 30년 전 담배를 끊을 때 사용한 방법이다. 일단 한 달이라는 기간이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그만큼도 못 참으랴 하는 자신감이나 오기가 생겨 의지가 약한 나도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굳이 개인적 속내를 밝히는 건 작심삼일을 방지하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의도도 있다. 나머지 다른 결심들도 천천히 공개할 생각이다. 아래 음식들은 연말연초를 지나며 그런 결심을 굳히기 위한 '워밍업(?)'으로 시도해 본 것들이다.
굴무국굴샐러드굴미역국
"추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마음껏 즐기라"라는 노래가 있던가. 내게는 겨울이 제철인 굴이 그렇다. 얼마 전엔 올 겨울 첫 굴을 사다가 생굴과 굴전으로 먹었고 다시 위 3가지 굴을 사용한 음식을 만들었다.
소고기야채볶음더덕양념구이두부샐러드부추부침
아내는 전과 튀김을 좋아한다. 기름진 음식은 몸에 안 좋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기꺼이 '길티프레져(Guilty Pleasure)'을 즐긴다. 부추전은 자주 하게 된다. 당근과 양파를 채 썰어 넣기도 하고 마른 새우를 다져 넣기도 한다.
토마토달걀볶음두부조림멸치찌개
멸치, 돼지고기, 참치 따위를 넣어 만드는 김치찌개 역시 겨울의 별미다. 아내와 나는 멸치김치찌개가 제일이라는데 일치하지만 두 번째는 서로 의견이 갈린다. 나는 돼지고기김치찌개를, 아내는 참치김치찌개를 든다. 맛은 일반화할 수 없으며 저마다 입맛은 변론이나 이유가 필요 없는 것이다.
회를 초장에 찍어먹으면 회를 먹을 줄 모르는 초보 입맛이라던가, 스테이크는 '레어'로 먹을수록 고수라던가, 방아잎이나 제피가루를 뺀 매운탕은 매운탕이 아니라던가 하는 식의 쓸데없는 말들이 세상엔 많다.『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좋다고 먹는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맛을 바르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