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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2

따사로운 햇볕 한 줄기 *스페인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거지 소년」(1650경, 루브르 박물관) 코로나 바이러스에 온갖 추측과 가짜 뉴스의 인포데믹스(Infodemics)가 더해지고, 거기에 다분히 총선을 염두에 둔 저급한 정치적인 술수까지 횡행하면서 텔레비젼이나 인터넷의 뉴스가 점점 더 보기 싫어진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바에야 자신의 일상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이 소동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일까? 누더기 옷차림의 어린 거지가 창가에 앉아 있다. 어디서 얻었을까? 걸망에 과일이 몇 개 들어있다. 왼쪽 다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 과일 껍데기라면 이미 한두 개를 먹었나 보다. 허기도 채웠겠다 창문 크기만하게 비쳐드는 햇볕 아래서 옷깃을 뒤져 이를 잡고 있다. 고달프고 서러운 삶도 잠시 .. 2020. 3. 17.
내가 읽은 쉬운 시 38 - 신영복님의 삶과 글 작년 여름 광화문의 서점에서 신영복님의 서화전이 있었다. "함께 맞는 비"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서점에서 가까운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다녀온 직후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슬픔과 분노가 스러지고 대신 자리 잡기 시작한 체념과 무기력. "함께 맞는 비"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이 글을 아전인수의 변명으로 내세우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기도 하면서. 내게는 어려운 말이지만 신영복님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로 ‘석과불식’(碩果不食)을 꼽았다. 그의 (감옥) 20년을 견디게 한 화두였다고. 석과는 '씨과일'이란 뜻으로 "씨 과실은 먹지 않는 것"이 지혜이며 동시에 교훈이라고 했다. "씨과실은 새 봄의 새싹으로 돋아나고, 다시 자라서 나무가 되고, 이윽고 숲이 되.. 2016.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