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소박이4 한 술만 더 먹어 보자 7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외식이 줄었다. 집에서 만들기 힘든 음식 - 일테면 순대(돼지)국밥이라던가, 초밥(이것도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백수가 있긴 하지만), 평양냉면이나 곰탕 같은 몇몇 가지-을 제외하면 될 수 있는 대로 집에서 먹는다.백수라 주머니 깊이가 얕아진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어떤 어색한 격식이나 긴장감이 없는, 다른 속마음이 있을 리 없는 집밥에는 '허리띠 끌러 놓고 먹는' 편안함이 있어 좋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짜다, 싱겁다, 맵다, 질다, 달다, 되다, 덜 익었다, 너무 익었다, 무르다, 퍼졌다, 크다, 작다, 기름지다, 담백하다, 은근하다, 구수하다, 딱딱하다' 따위의 소소한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밥 한 그릇쯤은 쉽게 비워진다. 김애란의 소설에서는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2024. 7. 22. 내겐 매우 어려운 우리말 3 '네 살배기?''네 살박이?' 생각 없이 '네 살배기'로 쓰다가 갑자기 어느 게 맞는지 헷갈렸다. 한번 헷갈리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헷갈린다.학창 시절 시험 볼 때 헷갈리면 고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도 처음과 다른 걸 '찍었더니' 틀렸다.'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는 '-박이'가 아니라 '-배기'가 표준어다.이외에 '공짜배기', '진짜배기'에도 '-배기'를 쓴다.대체적으로 '어떤 것이 들어있거나 차 있음', '그런 물건'을 뜻할 때 쓰는 것 같다.네 살배기 우리 손자 저하!밤에 헤어질 때면 매번 싫다고 안 된다고 떼를 쓰며 울어서 안쓰럽다.점박이 강아지? 점배기 강아지?점박이가 표준어다.'-박이'는 '금니박이'처럼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 짐승, 또는 그런 물건을 뜻할 때 사용한다.. 2024. 6. 12. 잘 먹고 잘 살자 58 - 장마철 집밥 서울엔 별로 비가 오지 않는 장마다. 태풍까지도 남해안만 흔들었을 뿐이다. 다행이지만 장마가 끝나고 나면 혹 가뭄 걱정이 나올 수도 있겠다. 그래도 조금씩 내렸던 비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다. 두터운 구름과 바람까지 있어 아직까진 선선하고 쾌적한 여름이다. 매미소리가 맹렬해지기 시작하였으니 곧 열대야도 밀려오겠지만. 일주일에 세 번씩 가던 노노스쿨이 방학이다. 덕분에 아내와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학기 동안에 배운 음식 중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복습겸 만들어 보았다. 거기에 책과 인터넷에서 찾아내 아내의 '재가(裁可)'를 얻은 음식도 더했다. 아내의 품평을 받으며 음식을 나누는 식탁이 어릴 적 여름날 멍석 위의 저녁 식사처럼 오붓하다. 삶에 더 무엇을 욕심내랴. 아내의 아픈 한 쪽 팔이.. 2019. 7. 22. 내가 읽은 쉬운 시 101 - 함민복의 「밴댕이」 주말에 음식 몇가지를 만들었다.일요일 저녁엔 파전을 만들어 막걸리와 먹었는데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이제까지 만들어 본 파전 중 가장 맛있게 된, 시쳇말로 '인생파전'이었다.이마트에서 시음 행사를 하기에 사온 막걸리의 이름은 "인생막걸리"였다.두 '인생'을 사이 두고 아내와 보내는 시간, 그것마저 '인생시간'이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다.'라이프 베스트' 보다는 편차없는 평균치의 하루하루가 나는 더 좋다.큰 의미나 단호한 결단, 가슴 울리는 감동도 필요없는,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의 반복.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산책하고 아내와 손 잡고 해지는 하늘도 바라보는.1. 밴댕이 혹은 디포리"밴댕이 소갈머리라니!"아내가 가끔 나의 속좁음을 힐난할 때 하는 말이다.요즈음은 함민복의 시로 댓거리를 한다."밴댕이는.. 2019. 4.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