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음식 몇가지를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엔 파전을 만들어 막걸리와 먹었는데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이제까지 만들어 본 파전 중 가장 맛있게 된, 시쳇말로 '인생파전'이었다.
이마트에서 시음 행사를 하기에 사온 막걸리의 이름은 "인생막걸리"였다.
두 '인생'을 사이 두고 아내와 보내는 시간, 그것마저 '인생시간'이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다.
'라이프 베스트' 보다는 편차없는 평균치의 하루하루가 나는 더 좋다.
큰 의미나 단호한 결단, 가슴 울리는 감동도 필요없는,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의 반복.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산책하고 아내와 손 잡고 해지는 하늘도 바라보는.
1. 밴댕이 혹은 디포리
"밴댕이 소갈머리라니!"
아내가 가끔 나의 속좁음을 힐난할 때 하는 말이다.
요즈음은 함민복의 시로 댓거리를 한다.
"밴댕이는 알고보면 우리 선생님이셔! 바다를 이해하고 산다잖아!"
팥알만 한 속으로도
바다를 이해하고 사셨으니
자, 인사드려야지
이 분이
우리 선생님이셔!
밴댕이의 제철인 5-6월에 강화도에 가면 회와 무침을 먹을 수 있다.
젓갈도 담그고 충남 보령시에 있는 수정식당에서는 조려서도 먹는다.
(https://jangdolbange.tistory.com/427)
밴댕이를 말린 디포리는 육수를 낼 때 넣는다.
멸치 육수를 끓일 때 두어 마리 넣으면 맛이 한결 깊어진다.
2. 시금치굴된장국
디포리로 낸 육수에 시금치와 굴을 넣어 된장국을 끓여봤다.
아내가 내가 만든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건 성공작이라는 뜻이다.
내가 만든 된장국과 찌개를 특히 좋아하는 사위에게 만들어 줄 메뉴 한가지가 더 늘었다.
3. 버터간장비빔밥
이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버터장조림간장비빔밥'이라는 걸 보았다.
뜨거운 밥에 버터를 녹이고 장조림에 비벼 먹는 건 오래 전 어렸을 적의 기억이다.
일본 TV 드라마 "심야식당"에서도 버터비빔밥에 얽힌 사연을 보여준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아내와 그 밥을 만들어 먹었다.
갓지은 더운 밥에 '빠다'와 달걀후라이를 올리고 간장은 일본 여행에서 사온 간장으로 대신했다.
초등학교 시절 오후반 등교로 점심을 기다리는 나를 위해 같은 밥을 만들어 썩썩 비벼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했다.
4.양배추고추장무침
달콤새콤의 양념으로 만드는 양배추고추장무침.
주로 고기 구워먹을 때 만들던 메뉴였는데 양배추 재고 소진겸 해서 만들었다.
아내와 둘이서 살다보니 양배추 한 통은 한가지 음식을 위해 다 쓰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남은 반 통쯤의 양배추로는 무엇을 해야할까?
5.가지구이무침
가지를 구워 간장 양념에 무쳐 먹는다.
단순한 조리법에 비해 언제나 만족도가 큰 음식이다.
평소 '몸에 좋다는 것'에 특별히 관심은 없지만 가지는 건강 식품으로도 알아주는 식재료란다.
6.오이소박이
일주일 동안 세번째 담그는 오이소박이. 아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한꺼번에 좀 많이 담그라고 권했지만 난 노노 스쿨에서 배웠을 때처럼 한번에 4개씩만 담궜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자 아내는 그건 부지런한 사람이 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깜빡 매실청을 넣지 않았다. 그래도 설탕을 넣었으니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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