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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00 - 이성선의 「사랑하는 별 하나」

by 장돌뱅이. 2019. 4. 20.

오늘 노노스쿨의 조리 수업은 무생채와 만둣국이었다.
무생채는 말 그대로 무를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하는, 비교적 간단한 음식이다. 이전에 몇 번 무생채를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문성실의 요즘요리」라는 책을 참고했다. 그런데 맛이 신통찮았다. 같은 책의 다른 음식은 괜찮았는데 무생채는 레시피를 따라 몇 번을 반복해도 아내와 나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노노스쿨 것은 맛이 좋았다. 집에 돌아와 양념을 비교해 보니 다른 양념은 비슷하나 문성실 씨의 레시피에는 까나리 액젓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아마 액젓의 강렬한 맛과 향이 음식 맛의 차이를 만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액젓이 들어간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내와 나의 입맛에 아니었던 것이다.

오늘의 주 메뉴는 역시 만둣국.
두부와 숙주, 배추김치와 다진 소고기로 만두소를 만들어 홍두깨로 민 만두피 속에 넣어 동그란 모양으로 만두를 접는다. 그리고 소고기(우둔살) 육수에 넣어 끓인다. 구수한 만두소에 졸깃한 만두피, 그리고 담백한 육수가 잘 어울렸다. 칼국수처럼 만두도 그동안은 주로 밖에서 먹거나 사다가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끓여 먹었다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두집은 부암동에 있는 자하손만두이다.
(https://jangdolbange.tistory.com/1528 )

만두는 중국에서 전래되었다고 하나 정확한 시기는 모른다.
기록으로는 고려시대 때 처음 나온다고 하니 실제 전래는 그 이전이겠다.
만두(饅頭)는 상화(霜花), 상화병(霜花餠), 쌍화(雙花)라고도 불렀다.
고려가요에 나오는 쌍화점(雙花店)은 만두가게를 말한다.

오늘날 만두의 종류와 표현은 다양하게 진화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두는 중국에서는 (饅頭, 만토우), 즉 소를 넣지 않는 흰 밀가루 빵, 곧 우리의 "꽃빵"같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만두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속을 채운 것을 중국에서는 '빠오즈'(包子)라고 한다. 중국에서 유명한 "티엔진고우부리빠오즈(天津狗不理包子)"나 "샤오룽빠오즈(小籠包子)" 할 때의 그것이다. 속을 채우고 반달 모양으로 빚은 건 '쟈오즈'(餃子, 饺子)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 "교자만두"라고 합쳐서 부른다.

음식 평론가 황광해에 따르면 만둣국은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만두문화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음식은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국물을 다 먹지도 않고 만두를 부숴서 국물에 말아먹지도 않고 만두를 다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일은 없다고 한다. 오늘 조리선생 님은 "(만두)피 먹자는 중국만두, 소 먹자는 한식만두"라는 말로 두 나라 만두 문화의 차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요즈음 아내는 이런저런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녁 무렵 귀가한 아내는 여느 날보다 더 지쳐 보였다. 아내의 등을 밀어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 준비한 만둣국과 무생채를 내놓았다.
따끈한 만둣국에 몸과 기운이 좀 풀렸을까.
식사를 마친 아내는 한결 밝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고마워했다.

지난날 내가 바람에 혹은 바람도 없이 지는 나뭇잎 같은 세상 일에 아파할 때마다 아내는 언제나 나와 함께 서서 따뜻한 손길로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기억처럼 나도 아내에게 '별'이 되고 '들꽃'이 되고 싶다. 아내의 부름에 다가가 '길을 비추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따뜻한 저녁밥 한 그릇을 지어 내놓으며 아내의 작은 손에 숟가락을 가만히 쥐어주고 싶다.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둔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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