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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99 - 김명수의「우리나라 꽃들에겐」

by 장돌뱅이. 2019. 4. 16.

노노스쿨 동창생들과 방과 후 남산길을 걸었다. 남산길을 걸은 건 근 일 년 만이었다. 일 년 전 친구 부부들과 걸었던 비슷한 길을 따라 걸었다. 날씨도 그때와 비슷한, 비 온 뒤의 쾌청이었다.

 (*이전 글 : 발밤발밤 30 - 남산길 걷기)

 

발밤발밤30 - 남산길 걷기

연휴 중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마나님들도 함께 했다. 애초 녹사평역에서 만나 경리단 길을 걷고난 후 점심을 할 계획이었으나 새벽부터 이어지는 봄비 때문에 걷기는 생략을 할

jangdolbange.tistory.com

 주말의 비바람으로 꽃이 많이 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위치에 따라 아직 한창인 곳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벚꽃과 개나리의 절정은 지난 것 같았다.
대신에 진달래가 화사했고 그 아래쪽에는 납작하게 키 작은 노란 민들레도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자그마한 꽃몽오리가 맺힌 철쭉은 곧이어 올 만개를 준비히고 있었다.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꼬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틈에 뿌리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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