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길 걷기도 여행이니 여행에서 먹는 걸 빼놓을 수 없겠다.
가급적 걷는 길에서 가까운 식당을 원칙으로 했지만
도성길과 상관없이 멀리 떨어진 식당을 가기도 했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1. 자하손만두
어쩌다 부암동에 가면 들리는 곳.
근처 "소소한 풍경"이란 한정식집을 빼곤 더 이상 다른 곳을 갈 수 없게 만든다.
한결같이 덤덤하고 슴슴하고 담백한 맛.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나 아내는 좋아한다.
어줍잖게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아직 나는 그런 '맛 없는 맛'의 깊고 은근함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2. 남대문 시장 갈치 조림
몇번 글을 올린 곳이다. 갈치조림을 내는 여러 식당이 밀집해 있다.
예전엔 간판 크기가 각각이라 좁은 골목길이 더욱 번잡해 보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모두 같은 크기로 작게 바뀌어 상대적으로 골목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희락"이라는 식당에 들었지만 어느 곳에 들어가도 비슷한 맛이리라 생각된다.
마치 맥도날드처럼 조림을 포함한 반찬이 세트화 되어 나온다. 기능적이고 효율적이다.
바쁜 시장 속에 들어온 것이 실감난다. 점심 한끼로 훌륭하다.
3. 마포 역전회관
왜 역전회관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매번 물어본다고 하면서 잊어먹는다.
이곳의 주요 음식은 해장국과 낙지이다. 석쇠불고기도 괜찮다.
해장국은 역전회관이란 이름과 왠지 어울려보이지만 낙지는 좀 생뚱맞아 보인다.
아무렇거나 아내와 난 이곳에 불맛이 스민 낙지구이와
낙지와 양념이 어우러지는 비빔밥 때문에 이곳에 간다.
낙산구간을 걷고나면 성북동 "국시집"에서 칼국수를 먹는 것이
우리 부부의 통상적인 순서인데 이번에 아내는 낙지요리를 떠올렸다.
지하철을 바꿔타야 하는 시간을 감수해야 했지만 역전회관은 늘 그렇듯 기대치에 부응했다.
4. 갈리나데이지(Gallina Daisy)
도성길의 마지막은 인왕산길이었다.
창의문에서 시작하여 남산쪽으로 걸었으니 성곽길을 따라가면
사직터널 쪽으로 내려가 경교장을 거쳐 남산을 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산을 거의 내려온 선바위 어름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꺾어 서촌으로 하산했다.
즐겁자고 나선 길에 악착같이 도성길과 일치시켜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성길 마지막 날이니 산길을 걷느라 수고한 아내에게 멋진 점심을 소개하고 싶었다.
갈리나데이지.
실로 오래간만에 찾은 이탈리아 음식점이다.
누군가의 극찬을 빌리자면 "현존하는 최고의 파스타"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파스타를 다 섭렵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흉내낼 수 없는 능력밖의 표현이다.
그러나 적절한 촉촉함과 탱글탱글한 면발의 파스타뿐만 아니라
전채부터 메인까지 눈과 입에 화려함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갈리나는 '암탉'을 뜻하고 데이지는 쉐프의 이름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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