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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3

내가 읽은 쉬운 시 89 - 윤동주의『병원』 아픈 사람이 누웠던 병원 뒤뜰. 설사 나비가 찾아오고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다한들 그에게는 적막하기 그지 없는 곳이었을 것이다. 함께 견디는 나의 일상도 아프다.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보는 일. 쉽지 않다고 느낄 때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선생님의 말을 되뇌여 본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2019. 3. 15.
내가 읽은 쉬운 시 43 - 윤동주의「자화상」 윤동주와 송몽규를 그린 영화 "동주"를 보았다. 둘 다 1917년 북간도에서 태어나 1945년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스물아홉이란 젊은 나이가 새삼 가슴을 저며온다. 극장문을 나서며 문득 생각이나 '다카키마사오(高木正雄)'의 출생연도를 찾아보았다. 영화 주인공들과 같은 1917년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일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던 시간 잘 알려져있다시피 '다카키마사오'는 만주군의 장교였다. 윤동주가 남긴 맑은 서정의 '우물'에 비추이는 우리와 시대의 '자화상'을 정직하게 바라보자.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 2016. 2. 28.
내가 읽은 쉬운 시 4 - 윤동주 이발소 벽에 붙은 푸시킨의 시가 내가 맨 처음 읽은 시(詩)고, 한문투성이의 김소월의 시집이 내가 맨 처음 손으로 잡아본 시집이라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은 내가 맨 처음으로 산 시집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별 헤는 밤」을 배우고 난 직후였을 것이다. 그 시가 너무 좋아서 더 많은 윤동주의 시를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70년대 서울 종로2가에는 서점들이 많았다. 당시의 서점들은 지금은 모두 없어졌다. 가장 큰 서점이 종로서적이고, 그 옆으로 규모가 좀 작은 양우당과 그보다 더 작은 대운당(?)이라는 서점이 가까이 있었다. 나는 윤동주의 시집을 양우당에서 샀다. 정확히 기억을 하는 이유는 왜 그랬는지 시집 안쪽 표지에 그것을 적어둔 탓이다. 40년이 다 되다가보니 흰색의 표지는 갈색으.. 2014.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