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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6

'휘이청' 새 한 마리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내려와 앉는다 휘청― 반가움도 잠시, 앉았던 새 한 마리 훌쩍 날아오른다 휘이청― 서운한 나뭇가지가 더 오래 출렁인다 -이상교, 「휘청」- 작년 12월 이후 갑작스러운 이별이 잦다. 추운 밤 사이 수(秀), 너도 그렇게 떠났구나. '휘이청―'이며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좀 늦었다. 용서해라. 잘 가라. 그곳에서도 가끔 너를 기억하는 이곳 사람들을 떠올려 주라. 2023. 4. 6.
FM 93.9의 붕어빵 CBS FM 93.9를 매일 듣는다. 처음에는 운전 중에만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집에서도 켜놓게 되었다. 93.9에선 이른바 '7080'의 영화 음악이나 팝송, 국내 가요가 비교적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팝송이라면 자세한 가사를 몰라 '오빠 만세(All by myself)', '냄비 위에 밥이 타(Let me hear your body talk, 올리비아 뉴톤 존의 "피지컬"중 )', '코닥!(Hold out, 리오 쎄이어의 '웬 아이 니드 유' 중)'으로 겨우 입을 오물거리는 수준이었다.( 지금도 겨울왕국의 주제가는 '렛잇고'만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여전히 의미를 모르지만 그럭저럭 귀에 익숙해진 노래들이 그리 싫진 않게 되었다. "Oh Carol" 이나 "The Young Ones"가.. 2023. 2. 10.
추운 날들을 견디게 하는 '냉파' 아파트 응달진 곳에 쌓인 눈이 며칠 째 녹지 않고 있다. 계속된 강추위 때문이다. 매일 하던 강변이나 호수 산책도 설날 이후 접고 집안에서만 머물렀다. 집에 있을수록 입이 궁금해진다. 이른바 '냉파'의 시간이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 나의 멘토인 곱단씨가 육수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야채육수, 고기육수, 멸치육수, 쌀을 씻은 뜨물까지 곱단씨의 말대로 육수는 모든 국물 있는 음식의 바탕이었다. 자주 만드는 것은 멸치육수이다. 보통은 요리를 만들 때 남은 짜투리 야채, 양파, 과일 갈비, 대파, 마늘 등도 함께 넣어 끓인다. 대가리 떼고 / 똥 빼고 / 대가리 떼고 / 똥빼고 / ······ / 국에 넣을 멸치 몸통을 / 다듬는다. // 차례를 기다리는 멸치 / 많기도 하다. / 똥 떼고 / 대가리 빼고 .. 2023. 1. 28.
분수 같은 마음 공원을 걷는데 불과 이틀 전까지도 느낄 수 없던 비릿한 냄새가 진동한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흰색과 옅은 연두색의 중간쯤인 밤꽃이 가득한 나무가 서있다. 4월 라일락꽃, 5월 아카시아꽃에 이은 밤꽃의 유월이다. 계절 깊은 곳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생명들은 때가 되면 폭발하듯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다. 긴팔 셔츠를 벗고 걷는데도 등에 축축이 땀이 배어난다. 바야흐로 여름의 시작이다. 솟구치는 분수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소라게의 모험 - https://youtu.be/rtqwpjoRXNc) 물이라고 고여 있거나 흐르기만 하는 것은 아냐 키를 세워 일어설 줄도 알아 선 채 버틸 줄도 알아 추켜들었던 고개를 꺾어 수그릴 줄.. 2022. 6. 5.
친구는 다 예쁘다 작년 가을에 이어 두 번째로 선재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한 달 넘게 만나지 못했던 손자친구들과 함께 해서 반가움이 컸다. 비가 내린 뒤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손자1호는 개의치않고 가볍게 해변을 달리고 물수제비를 뜨고 그네를 탔다. 귀를 간지럽힌 친구의 웃음소리가 먼바다로 퍼져나갔다. 손자친구와 코코코 게임과 가라사대를 했다. 코로나 전에 했던 게임이었다. 눈 깜빡거리지 않기와 엉덩이로 이름 쓰기 벌칙도 나누었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 Track : Ready To Nap - https://youtu.be/UZE2a9gTsDk 고기와 마시멜로를 구웠다.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고 친구는 뽀로로 쥬스를 마셨다. 불멍과 불꽃놀이 시간도 가졌다. 친구는 불멍의 의미를 궁금해.. 2022. 5. 1.
태국 맛 느껴보기 윗사람과 동행하는 출장은 힘들다. 해외 출장은, 더군다나 그가 음식에 까탈스러운 입맛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렇다. 오직 한식만을 고집하는 극도로 입이 짧은 직장 상사가 있었다. 왜 그런지 비행기 기내식은 종류를 불문하고 먹지 않고 대신 과일이나 라면을 달래서 먹을 정도였다. 걸귀의 식성을 타고나 사람이 먹는 거라면 원효대사의 해골물도 개의치 않을 나로서는 그와 함께 하는 출장이 상하관계를 떠나서도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상대방은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깨작거리는데 나 혼자서 왕성한 식욕을 보이기는 좀 '거시기'하지 않은가.한 번은 태국에서 현지 손님들과 골프를 친 후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훌륭한 음식들이 나왔지만 '애석하게도' 태국식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태국 음식에서 나는 향.. 2022.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