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진2 「너무나 많은 행복」 옆에 누운 손자가 뒤척였다. 잠을 깨는 기척이다.나는 얼른 자는 척을 하며 실눈을 뜨고 손자가 하는 양을 살폈다.눈을 비비고 일어난 손자는 잠시 정신을 차리고 나를 살피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코를 잡아 흔들었다.어제 밤 잠들기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한 터였다.내가 깜짝 놀라는 시늉을 지으며 일어나자 깔깔깔 침대 위를 구른다.아침을 먹고 마술놀이와 규칙이 손자 임의대로 바뀌는 정체불명의(?) 마녀놀이를 했다.둘이서 마녀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간지럼 독'을 퍼트려 웃게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마련한 화분에 상추와 치커리 모종도 심어 보았다.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구멍을 만들고 모종을 끼워넣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손자는 진지한 호기심을 보였다. 채.. 2021. 9. 5. 아내와 나 사이 최근에 간단한 마술(魔術)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강의 첫날 강사는 수강 동기를 곁들인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수강생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강좌 선택 이유를 말했다. "강의를 하고 있는데 강의를 시작할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활용하려고." "모임에서 써먹으려고." "평소에 마술에 관심이 있어서······", 등등. 나는 '손자저하'의 감탄과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때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수강생이 차분히 말했다. "치매가 진행 중인 아내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려고 신청했습니다." 가슴이 뭉클했다. 나에게 말을 전해 들은 아내도 그렇다고 했다. 예전에 보았던 캐나다 영화 『AWAY FROM HER』를 다시 찾아보게 된 건 그 일 때문이었다. 영화 속 그랜드와 피오나는 4.. 2021. 1.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