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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2

내가 읽은 쉬운 시 60 - 조향미의「온돌방」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여 검찰에 강제로 끌려가는 장본인이 마치 군부독재시대의 민주투사처럼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해괴한 시대입니다. 그래도 위로처럼 명절이 있어 다행입니다.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따뜻함과 흥겨움을 나누어 봅시다. 어린시절 이맘 때쯤이면 설 준비로 어머니는 부산하셨지만 문틈으로 들어오는 번철 위의 고소한 지짐이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골방에 모여 만화책을 읽는 저는 한가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씩 "이거 한번 먹어봐라" 하며 지짐이와 구운 흰떡과 조청을 접시에 담아 넣어주시곤 하셨습니다. 식혜나 수정과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이제 어머니는 먼 곳에 계시고 딸아이와 사위, 그리고 손자의 인사를 받는 설날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명절은 명절이어서 좋습.. 2017. 1. 26.
내가 읽은 쉬운 시 40 - 심호택의 「그 아궁이의 불빛」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리얼리즘의 복권전"을 아내와 관람했다. 80년대 민중미술이란 이름으로 낯이 익은 그림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중에「활목할머니」 - 이종구화가의 고향인 충청도 오지리의 실존 인물. 고향의 어린 시절 치맛자락으로 콧물을 닦아주시던 할머니 같은. 따뜻하고 아늑한 '그 아궁이의 불빛'같은. 그런 설날 연휴. 달아오른 알몸처럼 거룩한 노래처럼 그 아궁이의 불빛이 아직 환하다 푸른 안개자락 끌어덮은 간사짓벌 갈아엎은 논밭의 침묵 사이로 도랑물 하나 어깨를 추스르며 달아나고 기러기떼 왁자지껄 흘러갔다 목도리 칭칭 동여맨 아이들 저녁연기 오르는 집에 어서 가자고 재잘거리며 흩어진 하교길 진창에 엉긴 서릿발이 저문 달구지 바퀴에 강정처럼 부서질 때 짚검불이 숨죽이며 타오르는.. 2016.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