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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2

달에 갈 수 있다는 듯이 다시 손자 친구들과 보낸 며칠. 매번 그랬듯이 2호와는 "로보카 폴리, 로이, 앰버, 헬리"와 함께 수시로 집에 침입하는 도둑을 잡고, 거실과 방마다 번갈아 나는 불을 끄고, 다친 사람들을 병원으로 실어 나르며 긴박하게(?) 보냈다. 한글용사 아이야와 텔레토비를 좋아하던 2호는 요즘 주제가도 따라부를 정도로 "로보카 폴리"에 빠져 있다. 조만간 "최강전사, 미니특공대"로 관심사가 옮겨 갈 것도 같지만. 실내놀이가 루스해지면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탔다. 어린이집 행사로 영문도 모르는 채 입어야 하는 할아버지 세대의 교복과 개그맨 임하룡 스타일의 빨간 양말은 싫어하지만 경찰복은 좋아했다. 어느 옷을 입었건 미끄럼틀에서 내려올 때 뒤에서 나를 들이박으며 까르륵까르륵 고개를 젖히.. 2023. 10. 16.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미래, 그리고 지금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 꽃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내 청춘 다 갔네······.♬ 대학시절, 양희은이 부른 를 처음 들었다. 막걸리 집에서 이 대목을 부를 때 정말 나도 언젠가 흰머리의 노인이 되어 손주 손을 잡고 걷게 되는 날이 올까? 실감 나지 않는 상상을 가끔씩 해보곤 했다. 물론 흰머리와 손주보다는 막연하게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더 많은 방점을 두었지만. 세월이 흘러 나는 어느덧 노래 속 흰머리 노인이 되었다. 긴 시간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듯 세상은 다시 젊은 그 시절의 암울한 모습을 닮아 있지만 상상 속에 추상이던 손주들은 이제 현실 속 실체가 되어 곁에 있다. 주말 동안 손자들과 놀고 웃고 달리다 왔.. 2023.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