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자 친구들과 보낸 며칠.
매번 그랬듯이 2호와는 "로보카 폴리, 로이, 앰버, 헬리"와 함께 수시로 집에 침입하는 도둑을 잡고, 거실과 방마다 번갈아 나는 불을 끄고, 다친 사람들을 병원으로 실어 나르며 긴박하게(?) 보냈다. 한글용사 아이야와 텔레토비를 좋아하던 2호는 요즘 주제가도 따라부를 정도로 "로보카 폴리"에 빠져 있다. 조만간 "최강전사, 미니특공대"로 관심사가 옮겨 갈 것도 같지만.
실내놀이가 루스해지면 밖으로 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탔다.
어린이집 행사로 영문도 모르는 채 입어야 하는 할아버지 세대의 교복과 개그맨 임하룡 스타일의 빨간 양말은 싫어하지만 경찰복은 좋아했다. 어느 옷을 입었건 미끄럼틀에서 내려올 때 뒤에서 나를 들이박으며 까르륵까르륵 고개를 젖히고 넘어갔다.
2호의 웃음소리가 맑은 공기를 타고 집에서 일을 하는 아내에게까지 들렸다고 한다.
1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레고 조립에 공을 들이고 바둑과 장기 같은 게임과 마술에 관심이 많아졌다. 나는 늘 그랬듯이 1호를 곤경에 몰아넣고 고민하는 표정을 즐기다가 슬그머니 역전을 당하는 장기를 두었다. (1호는 근래에 들어 할아버지가 일부러 져주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는 것 같다.)
그리고 신문지로 별과 하트들 만들거나 조각을 맞추는 마술을 보여주었다.
1호는 내게 비법을 알려달라고 졸라선 금세 할머니와 부모 앞에서 기세등등 시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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