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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2

단원고4.16기억교실 조문을 하기 위해 안산엘 갔다. 고인의 나이 90세. 장례식장은 비통한 슬픔보다는 잔잔한 애도의 분위기였다. 그래도 고인의 지난날을 회상하는 상주인 친구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황망하지 않고 회한을 남기지 않는 죽음이 어디 있으랴. 잊고 편히 보내드리라고 위로를 건네주었다.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 높게 날카롭게 완강하게 버텨 서 있는 것 아스라한 그 정수리에선 몸을 던질밖에 다른 길이 없는 냉혹함으로 거기 그렇게 고립해 있고나 아아 절벽! -이형기, 「절벽」 -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길 건너 편에 "단원고4.16기억교실"이 있었다. 교실과 책상과 걸상과 칠판과 게시판과 사물함은 옮겨왔지만 이름 부르는 목소리와 재잘거림과 뛰어다님과 문 여닫는 소리는 사라진, 누구나 다가설 수밖에 없는 '절벽'.. 2022. 5. 15.
꽃구경하고 또 꽃구경하면서 구름처럼 피어나던 벚꽃이 어느새 화려하게 흩날린다. 길 위에도 하얗게 깔려있다. 올해 마지막 벚꽃놀이를 하자고 아내와 집을 나섰다. 자주 가는 냉면집부터 들러 '식후경'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대기하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 너무 길었다. 발길을 돌려 근처 카페에서 케이크와 커피로 대신하려고 갔더니 이번엔 쉬는날이라는 안내판이 입장을 막는다. 어쩔 수 없이 출출함을 견디며 걷다가 공원 편의점에서 물과 커피를 사서 그늘에 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벚꽃잎이 자욱하게 쏟아져 내렸다. 휴대폰에 담으려 했지만 매번 동작이 굼떠 꽃잎이 성긴 화면만 잡혔다. 미리 카메라 모드를 켜놓고 기다리니 이번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아내가 그냥 눈으로만 보라며 웃었다. *Music by 브금대통령 / Track : 꽃비 - http.. 2022.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