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4 '글로벌'한 인연 미국 생활을 할 때, 아내와 나를 천주교로 이끌어주신 수녀님과 이웃이자 교우.그 이후 아내와 나는 한국으로, 수녀님께선 동남아를 거쳐 귀국을 하셨고, 패트릭 님과 카타리나 님은 폴란드로 옮겨 지금도 살고 있다.연말을 맞아 패트릭 님에 앞서 카타리나 님이 귀국하여 함께 식사와 커피를 했다.거리는 소란스런 시절이지만 잠시 지난날과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었다."'글로벌'시대다운 인연이네요."수녀님이 말씀하셨다.이제부터 세상은 수녀님께서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셔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그렇게 두 종류가 있다고 나는 주장했다.^^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풀씨 하나로 만나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아름답던 시절은 짧고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나 또한 너 .. 2024. 12. 14. 미얀마 인연 코로나 이전에 한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던 삼십 대 중반의 미얀마 청년 J와 T를 만났다.둘은 우리나라에 와서 일을 하다 코로나 즈음에 잠시 미얀마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다시 한국으로 왔다. 가장으로서 생활과 앞날을 책임지기 위해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밟히는 어린아이를 뒤로 한 채 잠시의(그러나 결코 '잠시'라고 느낄 수 없을) 이별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해외 근무를 할 때 나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고국이 그리웠다.겨레붙이와 친구들, 출근길의 북적이는 지하철과 퇴근길에 동료들과 나누는 삼겹살과 소주, 아파트 주변의 올망졸망한 눈에 익은 가게들, 산책하던 길 등등.하물며 홀홀단신 살아야 하는 J와 T에게는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그립고 사무칠까?"생각을 하면 .. 2024. 12. 9. 이른 송년회 옛 회사 직원들과 만나 이른 송년회를 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청담동 한 카페에서 회식을 하며 대표팀 승리에 광란의 시간을 보내던 기억. 그때는 부장이며 과장이었는데 이젠 각자 회사의 어엿한 대표들이 되어 있었다. 하긴 그게 언제 적인가.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세월 아닌가.긴 인연이다. 나는 내가 세상에 베푼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세상으로부터 받고 있는 행운아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다시 한번 그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자리를 옮겨가며 옛 이야기와 얼마 전 다녀온 여행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했다.마음속에 숨겨둔 다른 잇속이나 눈치가 있을 리 없는 투명한 시간이었다. 저 강이 흘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면 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텐데 바다로 흘러간다고도 하고 하늘로 간다고도 하지만 시방 듣.. 2024. 10. 9. 다가오는 모든 시간은 신비롭다 미국 생활을 할 때 아내와 자주 여행을 떠났다. 땅이 넓고 월급쟁이 생활이다 보니 시간 절약을 위해 야간운전은 필수였다. 밤이 늦으면 아내를 뒷좌석 잠자리로 보내고 혼자서 운전을 했다. 도시를 벗어나면 가끔씩 지나가는 큰 트레일러를 빼곤 오직 어둠뿐인 길이었다. 운전모드를 크루즈 기능으로 바꾸고 나면 브레이크와 액셀 사이를 오가던 발도 심심해져 오직 멍하니 앞만 응시하고 달렸다. 그럴 때면 '내가 어떻게 의도하지 않고 상상하지도 않던 낯선 이곳에 와서 이렇게 밤운전을 하고 있는가' 하는 신비로운 생각에 빠져들곤 했다. 신(神)이란 존재를 처음 생각해 본 것도 그 길 위에서였다. 신은 일상의 여기저기에 '시어머니처럼 쪼그리고 앉아 잔소리나 하는 노쇠한 망령이 아니라 우주와 세계와 미래를 채우는 청춘의 법'.. 2023. 1.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