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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2

밥은 귀 떨어진 개다리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2024. 5. 31.
한국 최초 장편만화영화『홍길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고전영화를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KoreanFilm)을 운영 중이다. 들어가보면 『마부』 같은 흐릿한 60년 대 흑백 영화에서부터 칠팔십 년대까지의 다양한 영화들이 공개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지도반의 단속 위험을 무릅쓰고 극장에서 본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이나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그리고 그 이후의 『바보선언』,『꼬방동네사람들』, 『개그맨』,『서편제』 등등. 1967년에 만들어진 만화영화 『홍길동』을 아내와 함께 다시 보았다. 포스터에 쓰여진 '총천연색'이라는 수식어는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이채로워 보인다. 영화 서두에 이런 설명이 있다. "영화 홍길동은(1967년, 신동헌 감독) 원본 필름이 .. 2020.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