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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한국 최초 장편만화영화『홍길동』

by 장돌뱅이. 2020. 5. 3.

*홍길동과 곱단이(아내의 아이디 "곱단이"는 『홍길동』에서 따왔다.)
*차돌바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고전영화를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KoreanFilm)을 운영 중이다.
들어가보면 『마부』 같은 흐릿한 60년 대 흑백 영화에서부터 칠팔십 년대까지의 다양한 영화들이 공개되어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지도반의 단속 위험을 무릅쓰고 극장에서 본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이나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그리고 그 이후의 『바보선언』,『꼬방동네사람들』, 『개그맨』,『서편제』 등등.

1967년에 만들어진 만화영화 『홍길동』을 아내와 함께 다시 보았다.

포스터에 쓰여진 '총천연색'이라는 수식어는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이채로워 보인다. 
영화 서두에 이런 설명이 있다.

"영화 홍길동은(1967, 신동헌 감독) 원본 필름이 유실되어 감상할 수 없었던 영화입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일본으로 수출되어 상영되었던 일본어판 필름을 2009년에 발견, 국내로 
입수하여 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문 음향 필름과 합쳐 이 영화를 복원하였습니다
."


영화가 개봉되었던 1967년, 동갑내기인 아내와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살았다. 
나는 『홍길동』을 세기극장(현 서울극장)에서, 아내는 지방의 다른 극장에서 보았다. 

50여 년 만에 아내와 나란히 앉아 그 영화를 본다.  

아무런 인연도 없이 태어나 전혀 모르고 성장한 남녀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한 곳으로 수렴하여 마침내 부부가 된 것이다.
수학적인 논리로는 만날 확률보다 만나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이므로 부부라는 인연은 신비롭다는 말 이외에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내와 내가 '서로가 서로에게 번져, 내가 되고 네가 된 지' 36년째다.
문득
아본 세월이 아득하다.
'오늘 보다 나은 하루'를 사람들은 말하지만 우리는 늘 '어제와 같은 오늘'을 바라며 살았다.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 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죽음은 그러므로 번져서 
이 삶을 다 환히 밝힌다
또 한번―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번짐, 
번져야 사랑이지
산기슭의 오두막 한 채 번져서 
봄 나비 한 마리 날아온다


-장석주의 시, 수묵(水墨) 정원 9 -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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