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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말랑말랑하게 살기

by 장돌뱅이. 2020. 5. 1.




코로나가 잠시 주춤하면서 손자친구가 다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덕분에 아내와 산책을 하러 한강변으로 나갈 수 있었다. 2달여 만이었다.
몇 번을 더 걷고나면 예전처럼 달리기와 걷기를 병행해 볼 생각이다.
부처님 오신 날인 어제 한강유원지에는 그동안의 답답함을 벗어던지려는듯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이 만드는 활기가 반가웠다.

강변을 걷고 오래간만에 시장에 가보았다.
시장 통로와 가게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내와 자주 가는 생선전에 들려 마른 생선과 쭈꾸미를 샀다.
주인은 쭈꾸미가 국산이라고 했지만 내가 배운 지식으로는 아니었다.
국산 쭈꾸미에는 몸통 부위에 동그란 금박무늬가 있는 걸로 요리수업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말 하지 않고 그냥 사가지고 돌아왔다.

쭈꾸미와 미역, 감자 등를 넣고 바지락 육수로 해물수제비를 만들었다.
밀가루 반죽엔 당근을 갈아 섞었다.
아내와 밀가루 반죽처럼 '말랑말랑'하고 차질게 살고 싶다.
함민복 시인도 '말랑말랑한 힘'을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날도 따뜻하고 미세먼지도 없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먹었다.


냉장고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初面)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차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차질어 가겠지마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 한미영의 시, 「밀가루 반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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