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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툰양씨 다시 만나요

by 장돌뱅이. 2020. 4. 23.

한국어 공부를 인연으로 만났던 미얀마 청년 툰양씨가 귀국을 했다.
수업시간에 본 그는 늘 단정하고 예의 바르며 야무져보이는 인상이었다.
미얀마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에서 2년 정도 일을 했다.

귀국할 때 코로나19 때문에 잠깐 소동이 있었다.
결혼 일정에 맞춰 예약해둔 귀국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된다는 통보를 받았던 것이다.
황망한 가운데 부랴부랴 서둘러 다행히 대체 항공편을 잡을 수 있었다.

떠나는 날 미안하게도 그를 배웅해주지 못했다.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집에서 손자친구를 돌봐야했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함께 한국어를 가르치는 다른 선생님들이 작은 송별회를 열어주었다.

미얀마에서 그는 예정대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그들 부부의 새로운 출발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산다는 일이 어떻게 늘 미끈하기만 하랴.
세상에 부대끼고 때로는 고적하여 '가까스로' 견뎌야 하는 날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때마다 따뜻하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젊고 예쁜 이 부부가, 어쩌면 길고, 어쩌면 짧은 생의 바다를 잠잠하게 건너가기를 바랄 뿐이다.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

-정끝별의 시, 「밀물」 -

코로나 상황이 가라앉으면 아내와 함께 미얀마를 여행해 볼 생각이다.
인레호수와 만달레이, 그리고 미얀마 최고의 불교유적지인 바간 BAGAN은 오래 전부터 여행해 보려고 마음에 두고 있던 곳이다.그때 툰양씨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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