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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2

돌아가야 할 곳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가장 유서 깊은 건물 판전(板殿)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이 글씨를 썼다.  나 같은 문외한의 눈엔 대가의 것이라기엔 어린아이가 장난이라도 한 것처럼 투박하고 유치해 보인다. 그러나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환동(還童), 즉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은 마치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행복이 기교(巧)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박함(拙)에 있다는 가르침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천국을 결코 볼 수 없으리라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도 한다.봄날,나무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를 본다왜 푸른하늘 흰구름을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을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 2025. 3. 8.
하는 일 없이 배회하러 한 사람이 장자(莊子)에게 불만을 말했다."나에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큰 줄기는 뒤틀리고 옹이가 가득해서 먹줄을 칠 수 없고, 작은 가지들은 꼬불꼬불해서 자를 댈 수 없을 정도지. 길가에 서있지만 목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네."그러자 장자는 이렇게 답했다."자네는 그 큰 나무가 쓸모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아무것도 없는 마을(無何有之鄕)' 넓은 들판에 심어 놓고 그 주위를 '하는 일 없이(無爲)' 배회하기도 하고, 그 밑에서 한가로이 낮잠이나 자게.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치는 자도 없을 걸세. 쓸모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것이 없지 않은가?"장자는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도 그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못생긴 나무의 쓸모를 즐기고 싶다.사람의 삶은 크.. 2023.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