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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돌아가야 할 곳

by 장돌뱅이. 2025. 3. 8.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가장 유서 깊은 건물 판전(板殿)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3일 전에  이 글씨를 썼다.  

나 같은 문외한의 눈엔 대가의 것이라기엔 어린아이가 장난이라도 한 것처럼 투박하고 유치해 보인다.

그러나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환동(還童), 즉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은 마치 사람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행복이 기교(巧)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박함(拙)에 있다는 가르침 같기도 하다. 어린아이와 같지 않고서는 천국을 결코 볼 수 없으리라던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게도 한다.

봄날,
나무벤치 위에 우두커니 앉아
<Job 뉴스>를 본다

왜 푸른하늘 흰구름을 보며 휘파람 부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호수의 비단잉어에게 도시락을 덜어 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소풍온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듣고 놀라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비둘기떼의 종종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뭇잎 사이로 저며드는 햇빛에 눈을 상하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왜 나무벤치에 길게 다리 뻗고 누워 수염을 기르는 것은 Job이 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40억 인류의 Job이 될 수는 없을까?

- 장정일, 「Job 뉴스」-

손자저하와 만나면 모든 생각과 행동이 처음으로 '환동'한다.
축복처럼 무심(無心)한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꼭 'Job'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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