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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영화 <<라스트 홈>>

by 장돌뱅이. 2025. 3. 6.

2008년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20세기 초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진다. 서브프라임(Subprime)은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미국 주택 담보 대출상품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대출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이 여파로 금융권조차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된 것이다. 

 <<라스트 홈>>은 이런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왔을 뿐인 건설노동자인 주인공은 갑자기 현장에서 하던 일을 중단하게 된다.
건설업자가 파산을 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몇 달 동안의 임금은 받을 수 없게 되고 실직까지 하게 된다.
결국 대출금 상환도 불가능하여 대대로 살아온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은행이나 회사는 (중략) 공기를 호흡하지도 않고 고기를 먹지도 않거든요. 그놈들은 이윤이 있어야 숨을 쉰단 말입니다. 밥 대신 이자를 먹고살아요. 공기가 없거나 고기가 없을 때 당신들이 죽는 것처럼, 그놈들도 이윤을 얻지 못하면 죽어요.
-
존스타인백의 소설,  『분노의 포도』중에서 -

어느 날 부동산 업자와 공권력의 상징인 보안관이 법원 판결문과 함께 들이닥쳐 지금부터 집이 은행 소유물이 되었으니 '2분 안'에 중요한 물품을 채기고 나가라고 한다. 뒤이어 동원된 인부들이 집 밖으로 꺼내 놓은 나머지 세간살이는 24시간 이내에 치우라는 지시를 받는다.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모텔 방으로 옮긴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집을 빼앗은 부도덕한 부동산업자의 하수인이 되어 남의 집을 빼앗는 '막장'의 역할을 자처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주인공에게 부동산 업자는 말한다.

"미국은 승자가 세운 나라다. 승자의, 승자를 위한, 승자의 나라다.
미국은 패배자들을 구해주지 않는다. 정부도 법원도 너를 봐주지 않는다.
은행은 구해주지만 개인은 구해주지 않는다. 
노아의 방주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은 1%뿐 나머지 99%는 가라앉아야 한다."
(영화의 원제 <<99HOMES>>가 상징하는 99%인 것이다.)

올라탈 것인가 가라앉을 것인가?"
그러나 주인공에겐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일자리를 찾아 동분서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이미 그의 삶을 굴레 지었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인간적인 몸부림은 그를  또 다른 수렁으로 몰고 갈 뿐이다.
우리가 IMF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때 뼈져리게 느꼈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집(아파트)' 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이자 재산 증식의 중요 수단이 된지 오래다.
집이 인간의 기본적 삶의 터전이 아니라 팔기 위한 '상자'로 된 것이다.
옛날에 집은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경제력이 신분과 권력을 대신한다. 결국 마찬가지다.
집의 소유 여부, 소유한 집의 형태와 위치는 '문화적·경제적' 신분을 상징하고 동시에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보통의 노동자가 일생을 걸려 모은 재물보다 특정 지역의 집(아파트) 한 채가 저절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은 세상 - 나이가 들어도 그런 세상을 이해하는 건 내겐 영화 속 주인공만큼이나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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