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무렵, 집 근처 초등학교 앞이 부산하다.
올봄 막 입학한 햇병아리들이 운동장을 달려 나와 교문에서 기다리는 엄마들 품에 안기며 만드는 생동감이다. 하나하나가 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들어간 둘째 손자 같다.

대학교 교정에는 신입생들을 뽑는 동아리들의 천막들로 장사진이다. 하릴없이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나도 하나 들어볼까?" 아내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웃었다.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
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썼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
아침 아기 이파리
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
연둣빛 봄 편지
- 박남준,「봄 편지」-


어제는 눈비에 바람이더니 오늘은 시치미를 떼듯 화창하다.
게다가 경칩이다.
블로그에 '경칩'을 검색하니 몇 개의 지난 글이 뜬다. 그중 하나가 헌법재판소라는, 일상 속에서는 잊고 지내는, 생소한 기구에 8년 전에도 눈과 귀를 모으고 지냈음을 알려준다.
우리는 어쩌다 다시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인지.
얼굴에 늘어나는 주름살처럼 세월이 남긴 변화의 흔적을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 봄이 아픈 것은 오히려 긴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견고한 것들이 여전히 널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쉬운 시 63 - 이수복의「봄 비」
위 사진은 요즈음 모든 사람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까지 쏠린 헌법재판소의 모습입니다. 재작년엔가 우연하게 방문할 기회가 있어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핸드폰으로 찍어두었는데, 어지러운 시
jangdolbang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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