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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우리를 살맛나게 하는 것

by 장돌뱅이. 2025. 3. 10.

봄맞이 대청소들을 하는지 요사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헌책들이 많이 나온다.
이제까지 종이류 함에 넣거나 그 곁에 쌓아두었다. 크게 불편하다거나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관리실에서 한쪽 벽에 책장 두 개를 가져다 놓았다. 한결 단정해 보여서 좋았다.
특히 나같이 남이 버린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고맙고도 세심한 배려였다.

누군가 그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말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놓았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그런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달리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간이도서관'에서 주운 책은『국경 없는 마을』이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코시안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인 것 같다.

찌질한 세상 속 우리의 일상을 반짝이게 하고 살맛나게 하기 위해 반드시 커다란 성취나 화려한 성과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것들은 대개 멀리 있어 쉽게 만날 수 없고 손안에 쥐기 힘들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회전문을 잠시 잡아주는 것 같은 작은 배려들이다.
뒷사람이 그 문을 이어 잡으면서 '고맙습니다' 하는 정감어린 짧은 화답이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나도 책 몇 권을 버리고 싶다. 아니 가져다 놓고 싶다.
그보다 먼저 관리실과 스티커를 붙인 사람에게 감사하는 포스트잇을 붙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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