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길 양지바른 언덕에 노란 꽃이 피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 개나리? 하며 다가섰다.
그런데 모양이 좀 달랐다. 요즈음은 이럴 때 스마트폰이 즉석에서 해결해 준다.
영춘화 (迎春花)였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영춘화(Jasminum nudiflorum)는 중국 원산이다.
일본에서는 매화처럼 꽃이 빨리 핀다고 황매라고, 서양에서는 겨울 재스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른 봄 개나리보다 보름 정도 먼저 핀다. 꽃잎이 6개인 점도 4개인 개나리와 다르다.
또 어린 가지가 개나리는 갈색인데 영춘화는 녹색이다.
영춘화는 관상수로 많이 사용되며 11월에 맺히는 빨간색 열매는 한방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위 만평 속 부부처럼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한, 감각과 이성조차 혼란스러운 시절이다.
많은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우리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야 하는 걸까?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아내가 갑자기 매운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점심으로 국수를 맵게 비벼줬더니 저녁으로는 오징어볶음을 맵게 해 달란다.
"뭐야? 괜찮겠어? 매운 걸로 스트레스가 없어진다는 거 과학적 근거가 있나?"
"몰라, 적어도 매워서 쩔쩔매는 동안만이라도 (그 X) 생각을 안 할 수 있겠지."

아내에게 매운 음식은 사태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무모한 고통일 수 있지만 슬럼프에 빠진 운동선수가 삭발을 하며 결기를 세우는 의미와 비슷한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친김에 저녁엔 소맥까지 말아서 '탄핵소망주'라 이름하며 잔을 부딪치기도 했다.
봄꽃은 꽃으로 먼저 피어난다는 것을
꽃 지고 난 아랫자리 그제서야
파릇한 잎 돋아난다는 것을
나는 한참 커서야 보게 되었다
따스한 꽃의 계절 스쳐가고
갈퀴 바람에 알몸으로 서 있어도
여전히 온몸 흔들리며 살아 있음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때로 풍설에 못 이기어 잔가지 부러지고
전지의 손길 아프게 훑어가도
뿌리 시퍼렇게 살아 있음을
보인다 꽃 속에 뿌리가
잎도 가지도 통째로 보인다
씨앗이 보인다 생명이 보인다
젊은 시절 한참 보내고 나서야
부끄레이 나무와 만나게 되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 김해자, 「봄꽃」 -
엄중한 시절이라 꽃타령을 하며 선뜻 봄을 마중하기가 저어되지만 꽃은 변함없이 아름답다.
봄을 맞이하는 영춘화에 이어 이제 곧 개나리 피고 산수유 피고 진달래 피고 민들레 피고 씀바귀 피고 할미꽃 피고 솜양지꽃이 필 것이다.
힘내자. 쫄지 말자. 어느 국회의원의 말대로 '불필요한 관념에 매몰되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실천하자.'
결국 인간의 법과 제도는 봄꽃처럼 자연과 역사의 순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봄은 봄 아닌 것이 없게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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