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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3

송년회 시작 다산 정약용은 이웃에 사는 선비 15명과 친목 모임 "죽란시사"를 만들고 그 규약 서문으로 선비다운 기품과 낭만이 느껴지는「죽란시사첩 서(竹蘭詩社帖 序」를 남겼다. 살구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을 때 한 차례 모이고, 서늘한 바람이 나면 서지(西池)에 연꽃놀이 삼아 한차례 모이고, 국화꽃이 피면 한차례 모이고, 겨울 큰 눈이 왔을 때 한차례 모이고, 세밑에 분매(盆梅)가 피면 한차례 모인다.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하여 마시며 시를 읊조릴 수 있도록 한다. 나이 적은 사람부터 먼저 모임을 준비하여 한차례 돌면 다시 그렇게 하되, 혹 아들을 본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수령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승진한 사람이 있으면 .. 2023. 11. 29.
봄봄봄 꽃꽃꽃 발길 가는 곳마다 봄 봄 봄이고 눈길 닿은 곳마다 꽃 꽃 꽃이다. 마치 무수한 봄들이 여기저기 모여 한꺼번에 터트리는 함성 같다. 예년을 웃돈다는 기온에 날씨도 화창하여 나들이 욕심을 부추긴다. 온몸의 근육도 덩달아 근질거린다. "이런 날 집에 머무는 것은 죄악!"이라고 카톡으로 주위에 선동질을 하고 아내와 길을 나선다. 이미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며 목련이며 벚꽃이며 산수유가 만개했다. 며칠 전 읽은 한 소설에 "매화와 동백이 시들 무렵 연노란 산수유가 들판에 봄빛을 불러오고, 아련한 연노랑 빛이 성에 차지 않는다 싶을 즈음 진달래가 산등성을 벌겋게 물들이고, 그 꽃들이 죄 사라진 뒤에야 봄볕에 지친 보랏빛 오동이 숨을 헐떡이며 커다란 꽃잎을 축 늘어뜨려 여름을 알렸는데 요즘은 온갖 꽃들이 동시다발로 .. 2023. 4. 1.
화사한 날의 마재 오전까지 전혀 계획에 없다가 아내와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나선 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있는 마재. 위대한 학자 다산 정약용과 흑산도 유배 중에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 그리고 약현, 약종의 4형제가 태어난 곳이다.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과 정정혜도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나는 "정약종 아구스티노", 아내는 정약종 부인인인 "유소사 체칠리아를 세례명으로 받았다. 코로나를 핑계로 성당에 나가지 않은지 오래된(사실은 그전부터 냉담자) '무늬만' 천주교 신자지만 그런 인연으로 마재는 늘 머릿속에 있어온 곳이다. 4명의 정씨 형제 중 맏형인 약현을 제외하곤 모두 천주교와 관련하여 유배를 살거나 죽음을 당하였다. 특히 정약종 집안의 내력은 놀랍다. 1801년 신유박해로 정약종과 아들 정철상이, 1839년 .. 2022.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