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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미2

내가 읽은 쉬운 시 150 - 조향미의「내가 천천히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은」 가을이 깊다. 어느 나무는 단풍이 들고 어느 나무는 여전히 푸른 잎을 달고 있다. 같은 종류의 나무도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단풍든 정도가 다르고 같은 나무도 가지와 줄기에 따라 또 다르다. 결국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그렇게 크고 단순하게 보고 살고 싶다. 아내와 강을 따라 걸었다. 가볍게 시작한 걸음이 일년 전 이 맘 때까지 존재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아내가 떠올리면서 잠시 무거워졌다. 소설가 김훈은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고 했지만 쉽지 않다. 명쾌하게 선을 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삶은 무거움과 가벼움을 무시로 오간다. 해가 지고 강 건너 건물들의 불빛이 또렷해질 때까지 걸었다. 평소 보다 긴 걸음이 아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랬다. 도서관에서 아내와 책을 빌.. 2019. 11. 4.
내가 읽은 쉬운 시 60 - 조향미의「온돌방」 온갖 탈법과 불법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여 검찰에 강제로 끌려가는 장본인이 마치 군부독재시대의 민주투사처럼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해괴한 시대입니다. 그래도 위로처럼 명절이 있어 다행입니다. 잠시 시름을 내려놓고 따뜻함과 흥겨움을 나누어 봅시다. 어린시절 이맘 때쯤이면 설 준비로 어머니는 부산하셨지만 문틈으로 들어오는 번철 위의 고소한 지짐이 냄새를 맡으며 친구들과 골방에 모여 만화책을 읽는 저는 한가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가끔씩 "이거 한번 먹어봐라" 하며 지짐이와 구운 흰떡과 조청을 접시에 담아 넣어주시곤 하셨습니다. 식혜나 수정과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이제 어머니는 먼 곳에 계시고 딸아이와 사위, 그리고 손자의 인사를 받는 설날이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명절은 명절이어서 좋습.. 2017.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