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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3

제주살이 15 - 집밥(후반부) 한 달 동안 제주살이를 마치고 돌아왔다. 공항의 문을 나서자 한파경보가 내린 서울의 냉랭한 공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감미로운 꿈에서 갑자기 깨어난 것처럼 뭔가 어색한 발걸음이 떼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은 늘 그랬다. 마치 '지금 여기를 걷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는 느낌으로. 이번엔 한 달이라는 조금 더 긴 시간 때문인지 현실로 돌아온 첫 순간이 조금 더 낯설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여행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맛있는 과자를 아껴가며 먹듯 아직 따끈한 여행의 기억을 길게 늘여가며 곱씹어 보아야겠다. 여행의 전반부가 끝날 무렵 집밥과 식당밥과 카페에 대해 대강의 정리를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이어진 같은 범주의 후반부도 정리해 본다. 매일 저녁 다른 음식을 만들어보겠다는 애초의 계획은 거의 .. 2021. 10. 19.
잘 먹고 잘 살자 51 - 아내와 만들어 먹는 집밥 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일상이 되면서 사진을 찍어두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런다고 음식을 만드는 일이 심드렁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아내는 결혼한 이후 30년 넘게 음식을 만들었지만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 무릇 범상한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찾자 요리책을 뒤적거린다거나 싱크대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뿌듯한 일이다. "서툰 솜씨인 대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름난 음식점에서 먹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편안하고 느긋하다. 따뜻하고 흥겹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이는 외식을 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는데, 나는 집에서 먹으면 과식을 하게 된다." (이 블로그의 앞선 글 http://jangdolbange.tistory.com/1496 중.. 2018. 8. 22.
장돌뱅이의 '집밥' 집밥. 직접적인 의미는 집에서 끼니 때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겠다. 하지만 텔레비젼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의 제목에도 나오고 어떨 땐 음식점 광고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모두 화려한 재료나 기발한 기교의 맛 대신에 '집밥'이란 말 속에 들어있는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가족끼리 나눌 수 있는 정성과 다정함, 그래서 든든하게 다가오는 어떤 신뢰감 같은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할매', '시골', '촌' 등을 접두사처럼 이름 앞에 붙인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겠다. 서툰 솜씨인 대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함께 먹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이름난 음식점에서 먹을 때와는 많이 다르다. 편안하고 느긋하다. 따뜻하고 흥겹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이는 외식을 하면 과식을 하게 된.. 2017.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