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귤청2

제주살이 22 - 숙소와 이웃'괸당' 우리가 묵었던 큰엉코지 숙소는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1.5룸이었다. 수납공간이 넓은 붙박이장과 깔끔한 부엌살림을 갖추어 아내와 둘이서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숙소 옥상에선 한라산이 멀리 건너다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옥상에 자주 올랐지만 한라산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은 드물었다. 제주에 머문 한 달 동안 맑은 날이 대부분이었음에도 한라산 윗부분에는 자주 두터운 구름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름이 없으면 완만한 경사의 넉넉함으로, 구름에 가리어지면 드러나지 않은 신비로움으로, 한라산은 영산(靈山)으로서의 고고한 위엄을 잃지 않았다. 숙소 뒤쪽에는 작은 귤밭이 딸려 있었다. 큰길이 지나는 숙소 전면에서 불과 십여 미터 안쪽일 뿐인데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장소였다. 주인은 아침에 커피 한 잔.. 2021. 11. 12.
제주살이 3 - 청귤청 만들기 제주도에서 9년간 귀양살이를 한 추사 김정희는 자신이 살았던 집을 귤중옥(橘中屋)이라 불렀다. 귤나무 속에 있는 집이라는 뜻이겠다. 귤은 오직 제주도의 전유물이고 겉과 속이 다 깨끗하고 우뚝한 지조와 꽃답고 향기로운 덕이 다른 것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어서 당호(堂號)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사의 눈에 아름다운 서정으로 가득한 귤은 당시 제주 백성들에겐 고통을 가중시키는 진상품 중의 하나였다. 육지의 중앙 권력은 귤의 생산·운송·분배의 전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했다. 귤나무에 열매가 맺히면 꼬리표를 달고 숫자까지 기록하였다. 백성들은 열매가 없어지면 엄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때문에 백성들은 귤나무를 더 심으려고 하지 않았고, 더운물을 끼얹거나 송곳으로 구멍을 내어 죽이기도 했다. "중앙 권력은 귤을 .. 2021.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