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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2

냄새에 관한 몇가지 기억 빵냄새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서울. 하지만 변두리였고 5-60년대 초반까지는 지방의 여느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동 목욕탕이 없어서 목욕을 하려면 버스를 타고 청량리까지 나가야 했다. 어린 시절엔 목욕이 무척이나 가기 싫고 하기 싫은 일상 중의 하나였다. 나는 2남 4녀 중의 다섯째라 좀 크기 전까진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목욕을 가야 했다. 아버지나 형과 함께 목욕탕에 가면 등을 밀어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비교적 내게 자율적인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누나들과 함께 갈 경우는 끔찍 그 자체였다. 누나들은 한 점의 때도 남길 수 없다는 본전 의식에 투철하여 남자들보다 그악스럽게 때를 밀어내는 통에 아버지나 형과 동행했을 때보다 더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고통보다 더 싫었던 .. 2019. 4. 2.
커피와 물 커피는 물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맛과 가치가 현현(顯現) 된다. 커피의 종류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아메리카노?) 경우 커피 한 잔 속에 커피의 양은 1∼1.5%이고 98.5% 이상이 물이라고 하니 커피의 탈(내릴) 때 커피 자체의 품질 이상으로 물의 중요성도 강조되어야 당연하겠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육우(陸羽)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다학(茶學) 전문서인 『다경(茶經)』 을 집필하였다. 거기에 찻물의 선택에 관한 대목이 나온다. 산수가 제일이고, 강수는 중간, 정수가 가장 못하다(山水上, 江水中, 井水下). 산수는 젖을 짜는 것과 같이 돌 못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이 좋으며(基山水, 揀乳泉, 石池漫流子上) 용솟음치듯이 급히 흐르는 물을 자주 마시면 사람 목 부분에 병이 생길 .. 2019.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