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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전3

가을비 내려 좋은 날 입동을 앞두고 한 이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서도 햇빛이 났다가 어두워졌다가 일기의 변화가 무쌍했다. 마치 여름 같던 이상고온의 가을를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서둘러 털어내려는 것 같았다. 늦가을비가 종일 오락가락한다 잔걱정하듯 내리는 비 씨앗이 한톨씩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문태준, 「늦가을비」- 이번 비는 잔걱정 하듯 가만가만 내리지 않고 위 그림 속처럼 요란을 떨며 내렸다. 바람도 창문을 흔들며 세차게 불었다. "집에 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날씨야." 나의 말에 아내가 말했다. "장돌뱅이한테 안 좋은 날씨가 있나?" 이런 날은 으레 전(煎)을 부쳐먹고 싶은 지수(指數)가 높아진다. 달궈진 후라이판 위에 반죽을 놓을 때 차르르 하는 소리부터가 맑은 날과는 다르게 차분하다. 노릇하고 바삭하게 익은 전으.. 2023. 11. 7.
가을비 오는 날 새벽부터 시작한 비가 하루 종일 오락가락하며 멈추질 않는다. 하루 사이에 기온도 냉랭하게 떨어졌다. 입동(立冬)이 지난 11월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일까지 계속될 비는 단풍을 많이 떨굴 것 같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11월」- 아내와 음악을 들으며 빈둥거리다 파전과 수제비를 해 먹기로 했다. 비 오는 날마다 해 먹는 단골 메뉴다. 블로그의 지난 기록을 뒤져보니 작년에도 이 맘 때쯤 비오는 날 해먹었다. (*지난 글 : 2020.11.19 "수제비 당기는 날" ) .. 2021. 11. 8.
EAT PRAY LOV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가 있던가? 4일의 연휴를 아내와 함께 "놀고 걷고 마시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보냈다. 아직 문득 문득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기도 하면서 영화 속 대사를 흉내내기도 하면서. "괜찮아. 가슴이 아프다는건 노력한다는 거니까. 때론 사랑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니까." 연휴 마지막 날 일요일의 새벽은 짜릿했다. U-20 월드컵에서 젊은 청년들이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4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가 끝나고 밤을 꼬박 새운 아내와 한강변으로 나가 걸었다. 초미세먼지의 예보가 있다지만 아침 강변의 공기는 쾌적하게 느껴졌다. 이틀 전에도 한강변을 걸었다. 비가 온 뒤라 공기는 더 없이 맑았.. 2019.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