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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시스 잠2

병실에서 7 고인 물 같은 병실의 시간을 견디는 방법. 아내와 손자 사진을 함께 보며 즐거웠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 언젠가 너무 늦게 자는 손자에게 아내가 충고를 했다. "있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키가 크는 거야." 어린 손자는 별안간 아내의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눈으로 몇 차례 훑어보았다. 그리고 판을 뒤집는 한 마디를 던졌다. "할머니도 잠을 늦게 잤나 보네." (유감스럽게도 아내는 키가 작다.) 아내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거린다. 아내완 쿵작이 잘 맞아 '티키타카'가 길게 이어지곤 한다. 아내의 재치는 늘 나를 압도한다. 아내는 '내가 말을 잘하는 건 당신한테 뿐이야.' 하고 나는 아내에게 '그래서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니깐!' 하고 말한다. 아내는 얼굴 화끈거린다고 말리지만 나는 병실 사람들에.. 2022. 8. 22.
'위대한' 하루 시를 읽었다. 설날 아침에 어울리는 편안한 느낌이 좋아서 나도 읽고 아내도 읽고 함께도 읽었다.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항아리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를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둘이는 일. -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 2013.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