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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2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끝) 해남을 떠날 시간이다. 바닷가를 따라가다 어느 밭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춰본다. 붉은 황토 속에 풀잎같은 초록의 마늘 싹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럽고 여린 감촉이 느껴진다. 해남군 산이면에는 드넓은 밭에 가득한 배추가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의 냉기를 먹고 자란 씩씩한 월동배추들이다. 강인한 생명력이 녹아들어서인지 해남의 월동배추는 액즙이 풍부하고 유난히 달고 고소하다고 한다. 마늘과 배추를 보면서 어쩌면 봄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온 몸을 드러낸 채 춥고 어두운 숱한 밤을 치열하게 견디어 낸 것들이야 말로 이 봄의 주인 아닌가. 해남의 참다운 아름다움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도처에서 만나는 맑은 햇살과 바람, 그 아래 푸른 숲과 바.. 2012. 6. 27.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3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를 배출한 해남 윤씨의 종가이다. 녹우당이란 원래 사랑채의 이름인데, 지금은 종가 전체를 일컫는 이름이 되었다. 푸른 비가 내리는 집이란 뜻의 아름다운 이름은 집 뒤 산자락에 우거진 비자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쏴아하는 비 내리는 소리를 낸다 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의 비자나무 숲은 500년 전 해남 윤씨의 선조가 심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24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비자나무가 아니어도 녹우당은 늘 푸르다. 대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아내와 내가 녹우당을 좋아하는 이유는 녹우당의 내력이나 양반집 살림공간의 크고 화려한 규모 때문이 아니라 대나무 숲과 녹우당의 흙담이 만들어내는 골목 때문이다. 바람에 대숲이 서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햇볕이 가득한 녹우.. 2012.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