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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지난 국토여행기 1 - 남도의 땅끝으로 봄마중을 가다(끝)

by 장돌뱅이. 2012. 6. 27.

<아름다운 땅, 해남의 봄>

해남을 떠날 시간이다. 바닷가를 따라가다 어느 밭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춰본다.
붉은 황토 속에 풀잎같은 초록의 마늘 싹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럽고 여린 감촉이 느껴진다.
해남군 산이면에는 드넓은 밭에 가득한 배추가 장관을 이룬다.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의 냉기를 먹고 자란 씩씩한 월동배추들이다.
강인한 생명력이 녹아들어서인지 해남의 월동배추는 액즙이 풍부하고 유난히 달고 고소하다고 한다. 

마늘과 배추를 보면서 어쩌면 봄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온 몸을 드러낸 채 춥고 어두운 숱한 밤을 치열하게 견디어 낸
것들이야 말로 이 봄의 주인 아닌가.

해남의 참다운 아름다움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도처에서 만나는 맑은 햇살과 바람, 그 아래 푸른 숲과 바다, 야트막한 언덕과 넓게
펼쳐진 밭 등 다가오는 모든 풍경이 하나하나 사무쳐 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봄꽃의 화사함만을 탐하여 조바심치기보다는 지난 겨울을 어떻게 지냈던가 정직하게
내 자신을 되돌아보아야겠다.
그것만이 힘들게 봄을 지켜낸 것들에 대한 예의이자 성실한 헌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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