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은 여행과는 다르다.
여행은 낭만적인 새로움의 경험이지만
생활은 종종 진부하고 지루한 반복이다.
더군다나 외국생활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내는 단조롭고 제한된
공간이고 관계이기 마련이다.
만남이 아니라 접촉일 뿐인 관계...
가뭄에 졸아드는 개울 물 속에 갇힌 올챙이들처럼
서로 부대낄 수 밖에 없는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천태만상의 모습들은
마치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믿음에 대한 시련을 극대화 하는 것 같다.
하긴 외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였던가?
이런 식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내 스스로 그런 상투성을 깨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위선의 엉거주춤도
비웃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삶이 왠지 꿀꿀하고 시들해 보이는 날.
아내의 사진을 본다.
거칠 것 없는 아내의 파안대소가
상큼한 기운을 전해온다.
"까짓 거 뭐.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잖아.
하느님 아들도 못 살고 떠나간 뒤 2천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세상인데 오죽 하겠어?
새삼스레 엄살 떨거 없이 나처럼 웃어봐."
(2011.9)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뒷통수를 맞은' 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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