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by 장돌뱅이. 2014. 5. 17.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다. 어느 길 내내, 혼자서부르며 왔던

어떤 노래가 온전히 한 사람의 귓전에 가 닿기만을 바랐다면, 무척은 쓸쓸
했을지도 모를 서늘한 열망의 가슴이 바로 사랑이다.

고개를 돌려 눈길이 머물렀던 그 지점이 사랑이다. 빈 바닷가 곁을 지나치
다가 난데없이 파도가 일었거든 사랑이다. 높다란 물너울의 중심 속으로 제
눈길의 초점이 맺혔거든, 거기 이 세상을 한꺼번에 달려온 모든 시간의 결정
과도 같았을, 그런 일순과의 마주침이라면, 이런 이런, 그렇게는 꼼짝없이
사랑이다.

오래전에 비롯되었을 시작의 도착이 바로 사랑이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손가락이 빗질인 양 쓸어 올려보다가, 목을 꺾고 정지한 아득한
바라봄이 사랑이다.

사랑에는 한사코 진한 냄새가 배어 있어서, 구름에라도 실려오는 실낱같은
향기만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다. 갈 수 없어도사랑이다. 魂이라도 그쪽으로
머릴 두려는 그 아픔이 사랑이다.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정윤천의 시,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2011.12)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아내는 딸아이 때문에 자주 한국엘 갔다.
미국에서 혼자 지내는 동안 나는 자주 이런 사랑시를 읽었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해의 촛불집회  (0) 2014.05.18
꽃산 솟다  (0) 2014.05.18
아내가 있다  (0) 2014.05.17
세 식구  (0) 2014.05.17
송편  (0) 2014.05.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