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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경세제민

by 장돌뱅이. 2015. 6. 16.


신영복선생님은 그의 유명한 저서『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더운 여름철 감방 안의 좁은 잠자리에서 옆에 사람의 체온이 주는 고통과 그 고통 때문에
자기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불행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더군다나 그 미움의 원인이 사람의 어떤 행위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비슷한 감정을 요즈음 출퇴근 길의 지하철 속에서 경험한다.
목을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 한번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무심한 척 예민하게 반짝이는 마스크 위의 눈빛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무너진 정부의 방역체계 속에 번지는 메르스 때문이다.
갇힌 공간 속에 어쩔 수없이 서있다는 사실 만으로
서로 불행이나 절망이란 감정에 앞서 무엇엔가 무방비로 자신의 생명을
노출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민들이 과민반응을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한다.
자가격리나 확진환자의 엄청난 숫자와 수그러들지 않는 지역적 확산의 기세,
스무 명이 넘는 사망자의 수가 대통령에겐 아직 염려의 수준이 아닌 모양이다.

대신에 대통령은 위축되는 '경제'를 염려했다.
대통령이 가진 '과민'의 기준은 무엇이며 
'경제'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원래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단순히 상품교환의 크기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국가와 지도자 존재의 첫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장하는 일일 것이다.

점심 먹고 짧은 산책길에 본 광화문과 북악산.
산과 지붕이 하늘을 배경으로 만드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 아래로 바쁘게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삶이 애처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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