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를 가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여행이 아니고 회사 손님과 함께였다.
같은 장소를 다녀온다 해도 여행과 일은 느끼는 감성부터 차이가 있기 마련이지만
실로 오래간만의 경주인 터라 업무가 주는 건조함과 부담감의 한편에
반가운 감정이 없을 수 없었다.
경주는 우리 가족의 여행 기억이 많은 곳이다.
20년 전 인도네시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작정을 하고
국토여행을 시작할 때 경주는 첫 여행지였다.
당시 우리는 울산에 살고 있었다. 울산과 경주는 차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우리 가족은 근 반년 가까이 매 주말이면 경주를 찾았다.
단지 거리가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왜 매주 경주만 가느냐고 묻는 주변 사람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경주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종합선물 세트'의 여행지였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수 주변을 걸었다.
한낮엔 폭염주의보의 날씨임에도 호수 주변의 아침에는 청량감이 스며있었다.
산책로 옆에 박목월의 시비가 있었다.
「달」이 시비에 쓰일만큼 박목월의 대표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시를 만나는 즐거움에 .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았다.
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그래도 경주라 그런지 지난 10년 동안에도 큰 변화가 없어보인다. 적어도 울산에 비해선.'
이라고 말할 뻔 봤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의 신경주역을 보긴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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