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시인이 썼다. "흘러간 것은 물이 아니라 흘러간 물이다 흘러간 물을 통해 흘러갈 물을 만진다" 고.
샌디에고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함께 청계산을 다녀왔다. 원터골에서 매봉에 올랐다가 옥녀봉으로 해서 남부터미널쪽으로 내려왔다.
편안한 숨으로 오를 수 있는 낮고 순한 청계산을 길게 늘여 걸으며 샌디에고에서의 이야기들을 꺼내 되새김질했다. 추억은 낚시꾼의 놓친 물고기처럼 자주 과장되었고 과장의 크기만큼 커진 웃음소리는 초여름의 숲을 흔들며 흩어졌다. 누가 들으면 '거 왕년에 미국 한번 안 가본 놈 있나?' 할 수도 있을 특별날 것 없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잠시 우리 사이를 '흘러간' 혹은 '흐르는 물'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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