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브런치 그리고 샌디에고

by 장돌뱅이. 2015. 5. 12.

8년 가까운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지 만 일년이 되었다.
원래 나고 자란 곳으로의 귀환이고 거기에 열두달이나 지났으니
한국의 환경과 생활이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출근길의 교통 혼잡과 
미국과는 달리 '시어머니'들이 많은 복잡 구조의 직장,
퇴근길의 지글거리는 삼겹살과 소주 등등에도 이젠 익숙해졌다.

더불어 샌디에고의 기억은 이제 아득한 옛날처럼 일상에서 멀게 느껴진다.
'내가 거기서 살았던 적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곳 지인들이 연락을 해올 때를 제외하곤
샌디에고를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날들이 많아진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진 못하다.
'샌디에고'는 여저저기서 가끔씩 튀어나온다.
맑고 푸른 하늘을 '샌디에고 하늘 같다'고 표현한다던가
요즈음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를 두고 '샌디에고 날씨네' 한다던가 등등.
횟수는 적지만 그럴 때마다 느낌은 강렬하다.

그중의 하나가 브런치(BRUNCH)다.
샌디에고에 살면서 주말이면 종종 브런치를 먹으러 다녔다.
주말 아침의 시간을 여유로움으로 한껏 늘이다가
배가 출출하거나 지루해질 무렵 아내와 나는
집주변이나 해변가의 식당,  다운타운의 카페 등으로 향했다.
걷거나 차를 타거나 최대 30분 이내의 거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전후에 한두 시간의 산책은 늘 필수였다. 

아내와 나는 야외식탁 위의 따끈한 커피와 토스트,
얼굴에 와닿는 샌디에고 특유의 투명하고 건조한 햇살과 공기를,
오래 이어지는 주말 아침의  한가로움을 사랑했다.
식당 직원들의 경쾌한 억양과 다소 과장되었으나 결코 억지스럽지 않은 몸짓도 좋아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샌디에고를  'SUN DIEGO'로 부르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미국 화가 JOHN SINGER SARGENT 가 1910년에 그린 그림 - "BREAKFAST IN THE LOGGIA"


한국에서도 주말 아침이면 당연히 게으름을 피우며 가급적 자리에서 늦게 일어난다.
시간적으로도 여전히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브런치를 먹는다.
그러나 밖이 아니라 주로 집에서 먹는다. 기후 때문일 수 있다.
샌디에고는 사계절 거의 한결 같이 온화한 날씨를 보인다.
한국의 덥고 추운 날씨를 이기고 집밖을 나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피곤함이 이유이다.
미국에서보다 주말 아침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
업무의 양이 미국에서보다 많아서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음주의 횟수와 양이 미국보다 많기 때문이다. 
주말에 가까워올수록 술도 더 가깝게 온다.
"장돌뱅이도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는가 보네."
아내는 세월을 말하면서도 한국적(?) 삶의 형태에 안쓰러움을 보내곤 한다.

봄가을은 우리나라의 날씨도 야외좌석에서 식사를 할만큼 좋다.
하늘도 바람도 '샌디에고' 같을 때가 있다.
(미국과 한국의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샌디에고'와 '브런치'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것일 뿐이다.
오해 없으시길.^^)

날씨 좋은 날 몇 곳 브런치 식당을 가보았다.
식당까지 걸어가서 브런치를 먹고 차를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먼저 차를 타고 가서 식사 후 걸어오는 방식으로
늘 브런치장소가 반환점이었다.



1. BILLS

호주에서 건너온 식당이다.
요즈음 이런저런 말이 많은 롯데월드몰에 있다.
한번 가보았지만 주말 브런치론 가격이 너무 비싸다.


2. BRCD

건대입구역 스타시티몰 2층에 있다.
가격도 적당하고 식당도 깔끔하다. 실내좌석만 있다.
BRCD는 "BREAD IS READY, COFFE IS DONE."의 약자라고 한다.


3. BAKER CITY COFFEE

젊은 아저씨들 두명이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만들어낸다.
작은 규모 빵집이다. 실내 분위기가 차분해서 좋다.
날씨가 좋을 땐
가게 앞 죄석에 앉아도 된다.
주인장이 전직 유명 호텔 쉐프 출신이라는 말이 있다.
건대역 로데오거리를 따라가면 나온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까기  (0) 2015.06.14
아이처럼 살다  (2) 2015.05.15
옮겨 온 글 "이름을 불러주세요"  (0) 2015.04.21
4월18일 세월호 추모집회  (0) 2015.04.20
세월호연장전  (0) 2015.04.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