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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5 태국 치앙마이 - 걷고 쉬고 먹고1

by 장돌뱅이. 2015. 7. 27.

좋은 ‘징크스’ 하나(만들고 싶다).
어느 지역의 여행 안내서를 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그곳을 여행하게 된다는...... 
내게 그와 같은 경험이 몇 번인가 있다.

상식적인 예상으로는 전혀 가능성이 없는 데, 무슨 마음에서인지 이곳저곳의 여행 안내서를
산 적이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그곳을 여행 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경우지만 미국이 그렇다. 별 계획없이 그냥 미국 여러 주의 여행 책을 사두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우연으로 뜻하지 않은 한 번의 출장이 있었고 출장은 곧
빈번해졌다.
나중엔 아예 수 년 간 주재까지 하게 되었다.
덕분에 중남미 여행은 보너스처럼 얻어졌다.
적어도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미국에서의 출발이 편리하고 경제적이기까지 했으므로.

2011년 말 딸아이도 함께 한 뉴질랜드 여행이 또한 그랬다.
LONELY PLANET 구입이 먼저였고 여행이 뒤따랐다.

사실 ‘징크스’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에 관심이 있었기에 책을 샀을 것이고,
그런 만큼 기회가 있을 때 더 적극적인 태도로 접근했다는 해석이 논리적일 것이다.
게다가 책을 샀지만 가지 못한 곳도 제법 있다. 중동이나 유럽이 그렇다.

하지만 그냥 무심히 책을 사도 여행으로 이루어지는 필연적인 ‘징크스’가 내겐 있다고
최면을 걸어두고 싶다. 그러면 뭔가 신비로움이 깃든 것 같으므로.
신비로움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료한가 말이다.

몇 해 전 미국에 주재할 때 같은 여행 동호회의 회원이 치앙마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을 다녀가면서 그 책을 사 가지고 갔다.
“미국에 가면서 웬 치앙마이?”
아내가 의아해 했을 때 내가 그랬다.
“책을 사면 가게 되거든.”

7월, 갑작스레 치앙마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꼭 치앙마이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베트남일 수도 있었고 필리핀일 수도 있었지만 치앙마이를 단순히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약을 확정지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봐! 책을 사니 가게 되잖아! 내겐 신기한 ‘징크스’가 있다니까!”

4박 6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방콕을 경유하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방콕은 아내와 내가, 그리고 딸아이 부부까지 좋아하는 도시가 되었다.
스쿰윗 통로 Thonglor에 있는 메리엇에 숙소를 잡았다.
하루만 묵는데도 이그제큐티브층으로 업그레이드를 받는 행운이 있었다.
덕분에 좋은 전망과 분위기의 클럽 라운지에서 맛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었다.

방콕의 첫 행보는 아내와 내가 방콕에 오면 빼먹지 않는 곳, MK 수끼(에까마이점)와 아시안허브(통로점)였다.
기억해주는 직원은 없어도 우리 나름 단골인 곳이다.
일방적 친근함과 익숙함으로 편안해지는.

저녁에 방콕에서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그의 별명은 슈렉(님)이다.
부인은 당연히 피오나님이시다. 두 분이 함께 숙소로 와주었다.
반가운 포옹을 나누고 슈렉님의 안내로 근처 태국음식점으로 갔다.
위 사진으로 보듯 간판이 태국어로 되어 있어 문맹인 나로서는 읽을 재주가 없다.
매뉴도 마찬가지였다. 태국 남부 음식 전문점이라고 했다.
슈렉님 선정의 처음 들어보는 이름과 모양의 태국음식 맛이
오래간만에 만나는 반가움을 더 황홀하게 해 주었다. 
 

식사 후 자리를 옮겨 미진한 술과 회포를 마저 채우기로 했다.
미켈러 MIKKELLER 라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그러나 맥주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꽤 유명하다는, 덴마크(?) ORIGIN의 크래프트맥주 집이었다.

슈렉님 차에 실려간 터라 에까마이 EKAMAI 근처로 가늠할 뿐 정확한 위치는 설명할 수 없다.
(부디 인터넷검색에 인색한 나의 게으름을 용서해 주시라.)
가정집을 개조한 선술집 분위기가 큰 안주가 되었다.

해외여행은 내내 화려하고 낭만적인 시간으로 채울 수 있지만
‘해외살이’는 본국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거나 사소한 일들이 뜻밖에

극복해야 할 큰 장애물이 되어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떨 땐 성가시고 힘들어 지치기도 한다.
회사일로 두 차례나 아내와 내가 해외생활을 경험 해보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먼 이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동포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도올 김용옥의 말도 그런 뜻에서 나왔을 것이다.

다행히 슈렉님과 피오나님은 이제는 태국이라는 환경이 한국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국에 뿌리를 내리려는 부부의 숨은 노력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무엇보다 (슈렉님의 튀어나온 배만 빼곤^^) 씩씩하고 건강해 보여 좋았다.
우리는 근심 없는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며 늦은 밤까지 여러 잔의 맥주를 뒤집었다.
이래저래 아내와 내게 여행은 방콕이 우선일 수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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