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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5 태국 치앙마이 - 걷고 쉬고 먹고3

by 장돌뱅이. 2015. 7. 31.

숙소를 나와 아침산책의 방향을 북쪽으로 잡았다.
와로롯 WAROROT MARKET이 산책의 반환점이었다.
가게들이 문을 열기엔 아직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오가는 차량도 사람들도 드물었다. 마치 큰 강당에 혼자 들어선 것처럼
내 발걸음 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간밤 야시장의 떠들썩한 열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걷기가 편했다.
넓은 차도와 좁은 인도를 번갈아가며 걸었다.
비가 그친 아침 공기의 서늘함이 상쾌하게 얼굴에 부딪혀 왔다.
 

 

 

그러나 시장에 가까워올수록 분위기가 바뀌어 갔다.
시장의 특성은 냄새와 빛깔과 소리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와로롯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서호시장 도라무통에 피는 불꽃이 왁자하였다
   어둑어둑한 등으로 불을 쬐는 붉고 튼 손들이 왁자하였다
   숭어를 숭숭 썰어 파는 도마의 비린내가 왁자하였다
   국물이 끓어 넘쳐도 모르는 시락국집 눈먼 솥이 왁자하였다
   시락국을 훌훌 더먹는 오목한 입들이 왁자하였다
                           - 안도현의 시,「통영서호시장 시락국」-
 

시장 내외부를 잠시 거닐다 강변으로 향했다. 삥강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남쪽으로 걸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강은 흙탕물로 흘러가고 있었다.
강 이편으론 커피숖과 학교와 사원 등을 지났고 강 건너편으론
어제 다녀온 식당 굿뷰와 데크원이 보이기도 했다.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걸어오니 아난타라 ANANTARA 리조트의 입간판이 나타났다.
이전 이름은 체디호텔이었다고 했다. 다리도 쉴 겸 잠시 들어가 보았다.
내부로 들어갈수록 바깥 풍경과는 대비되는 깨끗함과 단정함이 드러났다.
강을 내려다보는 풍경도 평화스러웠다.
 

 

아난타라를 나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씨리돈차이 SRIDONCHAI 로드를 걸었다.
이번 여행의 숙소로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었던 양컴빌리지 YAANG COME VILLAGE 입구가 보였다.
마야님의 책에 객실이 42개 뿐이라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형리조트가 대신 이런 숙소에 더 눈이 간다.
 

 

르메르디앙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수영장으로 나갔다.
조금 늦은 체크아웃을 허락 받아놓았으므로 시간은 느긋했다.
수영장 맞은 편 멀리 도이수텝산(?)이 건너다 보였다.
비에 씻긴 하늘이 푸르렀다. 
 

점심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홀어스 THE WHOLE EARTH 식당에서 했다.
조경과 외관이 아름다운 식당이었다. 신을 벗고 들어가는 방식도 특이했다.
똠양궁과 얌운센 등을 먹었다. 정통의 맛이라기 보단 약간 순화된 맛이어서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썽태우를 타고 구 시가지의 타마린 빌리지 TAMARIND VILLAGE로 갔다.
타패 게이트에 멀지 않고 구 시가지의 중심도로인 라차담넌 RACHADAMNEON 로드에
입구를 내고 있어 구시가지 돌아보기 위한 최고의 위치였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친절함이 느껴지는 아늑한 숙소였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이기도 했다. 
 

짐을 풀고 라차담넌 로드를 걸어보았다. 해가 나니 날이 무더웠다.
쿤카 마사지 KHUNKA MASSAGE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격도 마사지 실력도 만족스런 곳이었다.
특히 아내가 마사지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마사지를 마치고 로비에서 어린 두 사내 아이들과 방콕을 거쳐 치앙마이를 오래 여행 중인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옛 같은 여행 동호회 회원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만드는 만남의 한 모습이다.
닉네임은 알 수 있지만 정작 얼굴은 모르는......

숙소인 타마린빌리지 입구 맞은 편에는 식당과 커피숖, 기념품점이 있는 작은 상가지역이다.
맛사지를 마치고 목적지 없이 걸어다니다 이곳에 있는 와위 WAWEE 커피점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와위는 태국 북부의 로컬브랜드 커피라고 한다.

요즈음 커피숖에 들어갈 때마다 드는 생각 -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면 세상 어디건 고립될 일이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야구경기를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 앉아 손바닥 안에서 보고,
새로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 받는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우린 뭐하고 지냈지?
심심함과 무료함은 버려야만 하는 무의미한 시간일까?
그만큼 예전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우리는 더 행복해진 걸까?
 

 

 

저녁은 같은 상가에 있는 작은 식당 “야미 이싼 푸드” YUMMY E-SAN FOOD에서 먹었다.
팍붕파이뎅과 솜땀 그리고 볶음밥과 싱하 맥주.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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