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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5 태국 치앙마이 - 걷고 쉬고 먹고2

by 장돌뱅이. 2015. 7. 30.


*위 사진 : 통로 THONGLOR의 아침 풍경

아침에 일어나 통로와 에까마이 지역을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방콕이 걷기에 친화적인 도로를 가졌다고는 할 수 없다.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노면과 부서진 보도 블럭, 갑자기 끊기는 인도,
주차된 오토바이와 노점상의 리어카, 등등.
그래도 난 세상 어느 여행지의 아침처럼 방콕에서도 산책을 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방콕을 여행이 주는 넉넉함이 희석시켜주어서가 아니라
허접한 대로 방콕만의 느낌이 왠지 싫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오래 전 업무 차 알았던 태국인이 통로의 카페롤 나를 안내하며
“통로엔 방콕의 오렌지족들이 오는 곳”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지금도 통로의 의미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침 통로에는 화사한 조명이 꺼진 음식점과 카페와 술집의 민낯이 주는 썰렁함을
도로에 들어선 난장과 출근길의 부산함이 주는 활기가 메꾸고 있었다.


*위 사진  : 스완나폼 공항의 타이항공 라운지

클럽 라운지에서 상큼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예정보다 일찍 공항으로 나섰다.
방콕 시내에서 한두 가지 짧은 일정을 서둘러 치뤄내기 보다는 공항 항공사 라운지에서
책이라도 읽으며
여유롭게 출발을 기다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한 시간여를 날아 드디어 치앙마이.
숙소는 르메르디앙 - 하룻밤을 지낼 예정이었다.
방콕까지 합쳐 4박의 일정에 3개의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아내와 나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짧은 여행에 숙소를 들고나면서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고 귀찮아 주로 한 곳에서 묵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다지 성수기가 아님에도 원했던 구시가지의 타마린 빌리지에
방이 이틀만 가능하여 부득불 하룻밤을 다른 곳을 잡아야 했다.

르메르디앙은 그런 대체용도가 아니라도 그 자체로 묵어갈만한 이유가 많은 곳이었다.
앞서 언급한 여행 안내책에서는 르메르디앙을 “치앙마이 시티라이프에 올인할 여행자에게
최고의 호텔”이라고 평가했다.

시설이야 그 등급 호텔이 지닌 평범한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위치적인 강점이 있었다. 
치앙마이의 ‘머스트’ 중의 하나인 야시장이 열리는 창크란로드가 바로 코앞을 지난다는
사실이 후한 평가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첫 식사는 식당 굿뷰 GOOD VIEW에서 했다.
르메르디앙에서 천천히 걸어서 30분 정도가 걸리는 강변에 위치한 커다란 식당이었다.
점심시간은 지나고 아직 저녁시간은 오지 않은 어중간한 시간대라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말고 두 팀 정도가 드넓은 홀을 차지하고 있었다.

   (저자가 뽑은) 치앙마이 최고의 로컬식당 (...) 굿뷰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식당들과는 사뭇 다르다.
   강변의 위치나 전망, 기본적인 컨셉트는 로맨틱하지만 규모가 엄청나고 식당으로서는 소음 레벨이
   높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런 정신없는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음식 맛이 대단히 좋고 진지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불균형적인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도 식당으로서 기본적인 덕목인
   음식 맛에서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왕영호, 성희수가 지은 『태국음식에 미치다』중에서 -

종업원은 흥이 있고 친절했다.
야체볶음인 팍붕파이댕과 (위 인용책이 추천한) 새콤한 오징어요리 바묵능마나오,
그리고 게살볶음밥 카오팟뿌를 먹었다. 디저트로 망고찹쌀밥 카오니아우마무앙을
빼놓을 수 없었다. 모두 준수한 맛이었고 가격도 저렴했다.

문제는 날씨였다. 호텔에서 굿뷰로 오는 동안 가끔씩 흩뿌리던 빗줄기는 식사를 하는 동안
제법 굵어져 있었다. 흙탕진 삥강 물위에는 동그라미들이 촘촘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멍하니 강물을 바라다보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특별히 계획한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비가 여행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장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였다. 툭툭이나 썽태우보다는 걸어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산이 있었지만 좁은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이 튕기는 물벼락을 막을 수 없고
길을 막고 생겨난 물웅덩이를 피해갈 재간도 없어 보였다.

식사를 마쳤는데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뭣하여 인접한 식당, 데크원 DECK 1으로 옮겨
커피를 주문했다. 데크원은 강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강물 위로 거뭇한 어둠이 피어나도록 앉아있었지만 
비는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
결국 직원에게 부탁하여 툭툭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정도 비라면 오늘 야시장 NIGHT BAZAAR은 안 설 것 같네.”
툭툭이 속에서 아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날씨 때문에 여행은 쉴 수 있어도 생활을 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상인들은 비닐로 비 가림을 하고 가게마다 연이어 불을 환히 밝혔다.
아내는 기쁜 얼굴로 장을 보러 나온 인파 속으로 합류를 했다. 그리고
길을 오르내리는 장시간의 탐색 끝에 흡족한 얼굴로 몇 가지 소소한 물건을 손에 쥐었다.

늦은 시각 숙소롤 돌아와 야시장의 후텁지근한 기운을 시킬 겸 에어컨으로 쾌적한 호텔 내
일층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내와 내가 바라던 대로 느릿하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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