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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53 - 이상국의「감자떡」

by 장돌뱅이. 2016. 8. 29.








30여
년 전 결혼 초기 어느 날 조리법을 소개하는 TV 프로를 보는 아내에게 빈정거린 적이 있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므로 그런 정보는 텔레비젼이나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다.)
 "저기 나오는 재료로는 그냥 몽땅 쓸어넣고 찌개로 끓이면 다 맛있어.
뭘 골치 아프게 지지고 볶고 한다는 거야."
굳이 '먹방'이 대세인 요즈음과 비교하지 않고 당시의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그런 프로를 유한마담들을 위한 무의미한 유희라고 함부로 단정했던 
나의 단순무지에서 나온 오만이었다.

근래에 들어 아내를 대신해서 부엌에 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아내와 책과 인터넷으로부터 이런저런 조리에 관한 상식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건 세상의 다른 일처럼 조리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같은 채소도 세로로 자르는 경우와 가로로 자르는 경우가 있고
칼로 써는 것보다 손으로 뜯는 것이 좋을 경우가 있다고 한다.  

친구의 밭에서 얻어온 감자가 많다보니 요즈음은 아무래도 감자 요리를 자주 하게 된다.
위의 사진처럼 볶고 조리고 부치고 국도 끓여 보았다.
감자도 전분이 많고 적은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요리가 구분된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끝이 없는 일이다.
친구 밭에서 캐온 감자가 어떤 종류인지 나는 모른다.
그냥 가리지 않고 이거저것을 만들어 볼 뿐이다.

이상국의 시 속의 형수님은 상처난 감자를 모아 전분을 내어 떡을 만든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흙의 영혼'을 받드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하지가 지나면
   성한 감자는 장에 나가고
   다치고 못난 것들은 독에 들어가
   가을까지 몸을 썩혔다
   헌 옷 벗듯 껍질을 벗고
   물에 수십번 육신을 씻고 나서야
   그들은 분보다 더 고운 가루가 되는데

 

   이를테면 그것은 흙의 영혼 같은 것인데

   강선리 늙은 형수님은 아직도
   시어머니 제삿날 그걸로 떡을 쪄서
   우리를 먹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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