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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55 - 김정환의「입성(入城)」

by 장돌뱅이. 2016. 11. 13.


*위 사진 : 1987년 당시의 잡지 "말"과 국민운동본부의 유인물. 
             소위
'꽃병(화염병)'을 손에 든 전투경찰의 모습이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시사하는 듯하다.

 
2016년 11월 5일과 12일.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반복되는 추악한 스캔달은 몇몇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그 추악함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7년 항쟁 이후 30년을 '자괴감' 없이 돌아볼 수 없는 이유다.
기득권의 토대는 여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30년의 세월에 시위의 양상은 바뀌었다.
최루탄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치약을 바르며 버티던 거리는 
분노와 함께 축제와 같은 신명과 '상큼발랄'이 넘쳤다.
시위가 끝난 뒤 사람들은 차분히 쓰레기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의 본질과 시위의 목표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삶!!!!"

또 한번 오래된 시집을 꺼내본다


   가자가자 피흘리며 곤두서 가자
   눈물덩이, 설움덩이 떨치며 가자
   뿌리치며 손 맞잡고 몰켜서 가자
   귓전에 남아 있는 아직도 부릅뜬
   부모형제, 조국 산하 부르며 가자
   꺽인 허리, 부러진 다리, 짓밟힌 심장
   가자가자 피흘리며 곤두서 가자
   흩어져 말고 쓰러져 말고 밀며 밀리며
   너도 나도 만세소리에 일어서 가자
   가자가자 피흘리며 곤두서 가자
   아우성 속에서 싸이렌 속에서 누군가 쓰러지고
   쓰러지면 누군가가 다시 일어나
   매맞아 터진 어깨로 부딪쳐 가자
   연기 속에서 이름도 모르는 피를 흘리며
   호루라기 속에서 힘없어 원통한 붕대를 처매며
   우리를 부르는 것은 눈먼 분노가 아니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항상 약한 자의 편
   가자가자 저 창칼의 숲을 달려서 가자
   불끈불끈 솟는 핏줄이 거꾸로 솟아
   바닥에 부딪는 이마를 또 한번 칠 때
   가자가자 저 하늘을 곤두서 가자
   쓰러짐으로 몸부림으로 곤두서 가자
   갑돌이도 갑순이도 울면서 가자
   전라도도 경상도도 울면서 가자
   가자가자 피흘리며 곤두서 가자

  - 김정환의 시, 「입성(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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