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 : 참여사회 241호 사진 중에서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쯤 국회 앞 .
탄핵 결정 소식이 전해졌다.
거대한 환호성이 땅을 흔들었고 순식간에 축제가 시작되었다..
나도 아내와 발을 구르며 함성을 질렀다.
생면부지의 옆사람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눈물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침이슬과 불나비를 합창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잠시 생각했다.
사필귀정?
그러나 아직 '올바름(正)'의 종착역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단지 먼 길로 통하는 작은 문이 열렸을 뿐이다.
이미 우린 그걸 경험한 바 있다.
1987년의 치열했던 항쟁을 '직선제 개헌'이라는 허울에 허망하게 넘겨버리지 않았던가.
그 이후의 역사는 우리의 소망처럼 흘러오지 않았다.
작금에 우리를 경악시킨 상상초월의 야만적 사태는
따지고보면 우리의 무지 혹은 무관심이 키워온 것이다.
법은 야만의 주범과 종범을 나누겠지만 애초 그들은 나눌 수 없는 한 몸체이다.
권력과 금전의 몸통과 정치인이라는 팔다리를 가진 좀비.
이제 또 다시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아내는 변함없이 광화문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늦은 저녁 아내와 '탄핵절' 기념 막걸리를 나누었다.
그리고 신동엽의 시를 읽었다.
시 속에 비치는 상투성을 오늘만큼은 넘어가기로 했다.
우리 스스로가 대견한 즐거운 날인데다가
간절한 것은 자주 흔하고 상투적이기도 하므로.
시간은 또 우리의 소망을 비껴
엉뚱한 곳에 우리를 세워둘 지 모르지만
우리가 끝끝내 오늘을 기억하는 한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또 다른 가슴들이
가슴 태우며
한가지 염원으로
행진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앞에는 사랑이 사랑 앞에는 죽음이
아우성 죽이며 억(億)진 나날
넘어갔음을.
우리는 이길 것이다
구두 밟힌 목덜미
생풀 뜯은 어머니
어둔 날 눈 빼앗겼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백년 한양
어리석은 자 떼 아즉
몰려 있음을.
우리들 입은 다문다.
이 밤 함께 겪는
가난하고 서러운
안 죽을 젊은이.
눈은 포도(鋪道) 위
묘향산 기슭에도
속리산 동학골
나려 쌓일지라도
열 사람 만 사람의 주먹팔은
묵묵히
한 가지 염원으로
행진
고을마다 사랑방 찌게그릇 앞
우리들 두쪽 난 조국의 운명을 입술 깨물며
오늘은 그들의 소굴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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