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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54 - 고은의「화살」

by 장돌뱅이. 2016. 11. 5.

*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년 동안 가진 것
몇십년 동안 누린 것
몇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든가
뭣이라든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조국의 화살이여 전사여 영령이여

                       -고은의 시, 「화살」-


아이돌가수의 젊은 공연장에서 흘러간 옛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듯한 빛바랜 시지만 
지금은 다시 '1970년대'이므로.

'화살'처럼 광화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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